영화
[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거장 이창동이 감독으로서 신념을 드러냈다.
'버닝' 주역들은 18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마련한 자리였다.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버닝' 속 날아가는 새마저도 연기를 한 듯 보일 정도로 디테일과 완성도가 뛰어났다"는 기자의 극찬에 "영화는 운이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영화는 운으로 찍는 것이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상해진다. 그게 영화 매체의 숙명과도 같다. 비단 날아가는 새를 찍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특히 이번 작품은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임했다"라고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버닝' 메이킹 보도자료에 내가 한 신을 44번 촬영했다고 강조했는데, 그냥 노느니 계속한 것일 뿐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안겼다.
더불어 그는 "나는 항상 소설가 지망생 종수처럼 '무슨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금도 그렇다.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작가, 나 자신의 운명이자 비극이기도 하다. 영화를 그냥 재밌게 만들면 되지, 내가 왜 '무슨 이야기를 하지?' 고민할까. 사실 이런 고민이 크게 도움은 안 된다"라고 고뇌를 전했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버닝'으로 청춘의 이면을 조명한 이유에 대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라고 얘기했다.
그는 "만약 내가 젊은 사람이라면 젊은이의 이야기를 굳이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제가 젊을 때는 '젊음'이라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는 지금의 젊음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하지만 굳이 '버닝'을 '젊음에 관한 영화다' 하고 단정 짓고 싶은 생각은 정말로 없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특별히 메시지를 전하거나 각 신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이러고 싶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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