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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잘' 먹는 것에 대한 욕구가 성행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먹방'과 '쿡방'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유행은 브라운관으로까지 밀고 들어왔고 무수한 음식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한때는 대중의 니즈를 간파한 포맷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신선함은 옛말. 엇비슷한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차별화된 아이덴티티가 필요했다.
이러한 가운데, 케이블채널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연출 박희연/이하 '스푸파')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라는 전문 브랜드와 '다큐멘터리' 및 교양 장르를 결합시켜 진보했다. 시청자 또한 호응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회차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헛헛한 웃음을 위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정공법이 통한 셈이다.
박희연 PD에게 시청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전해주자 "깜짝 놀랐다. 믿음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라서, 잘 받아들이실까 걱정도 됐다. 제가 신기한 게, 시청자 분들께도 신기할까 싶던 거다.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밤에 배고프다'는 반응도 좋다. 실제로 그 부분을 상당히 신경 쓴다"고 기뻐했다. 백종원 또한 '완성도 있게 담겼다'는 평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고 한다.
그러더니 "'먹방', '쿡방' 등이 유행하고 있으니 부담이 정말 크긴 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이런 아이템을 하고 싶었고, 단순히 먹고 표현하는 것을 떠나 다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음식, 흔한 소재잖아요. 그걸 진부하지 않게 잘 풀어줄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을까, 고민했죠. 그때 '집밥 백선생'을 통해 인연이 생긴 백종원 선생님을 떠올렸어요. 음식 하나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술 나와요. 이야기를 들으니 음식이 훨씬 맛있게 느껴지고 상상이 되는 거예요. 단순 레시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해당 나라의 역사, 자연환경, 사람들의 성향 등 이 모든 것들이 접목되는 게 신기했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자' 싶었죠."
물론 우려도 있었다. 이미 수차례 백종원을 카드로 삼아 선보인 요리 예능이 많았기에 시청자들의 매너리즘을 유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PD는 백종원에 대한 믿음 하나로 밀고 나갔다.
그래서 박PD는 연출 방식에 변주를 꾀했다. 상세한 클로즈업, 되감기 샷, 음식 배치, 음악 선정 등 미장센에 힘을 가했다. 다큐멘터리와 예능,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신의 한수였다.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담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촬영을 가기 전부터 의도를 했어요. 다큐멘터리도 보고, 전혀 상관없는 영상도 찾아 보고, 참고를 했죠. 저뿐만 아니라 후배 PD와 작가님들이 의견을 많이 내주셨어요. 백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것을 일일이 적으면서 촬영을 추가로 해요. 공부하는 거죠. 대신 설명이 많아지면 정보량이 거대해지잖아요. 그럼 시청자 분들이 복잡하실 수 있어요. 그땐 이제 편집의 힘을…(웃음)"
실제로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 다큐멘터리도 좋아한다는 박희연PD는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위해 제작진과 따로 공부를 한다. 나라가 정해지면, 원산지를 찾고, 식당을 탐색한다.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워 공부에 자연스레 '올인'하게 된다고.
"백 선생님이 공부를 되게 많이 하세요. 많은 걸 알고 계시지만 더 깊이 있고, 정확하게 파고들어요. 선생님이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 정말 무거워요. 그 안에 그 나라와 관련된 책, 자료들을 다 넣고 계세요. 그래서 선생님의 지식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저희도 그에 걸맞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작가님들은 교수님도 컨택하고 책도 정말 많이 읽어요. 현지에 있는 지인 분들에게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집요하면서도 독특하게 조리 과정을 표현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자신만의 레시피가 생명인 식당 측의 협조는 원활하냐고 묻자 "다들 크게 꺼려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식당을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거라 오히려 좋게 봐주신다. 다만 식당에 따라서 중요한 포인트들은 서로 양해를 구하고 조절을 한다. 그때 백종원 선생님의 설명이 추가로 삽입된다"고 답했다.
"음식이라는 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그런데 또 너무 깊게 풀 수는 없어요. 중간점을 찾는 것 또한 저희 역할이에요. 백 선생님한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이야기인데, 처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렵거든요. 그런 중간 고리들을 조절하고 의논해요."
도시 선정에 있어서도 특별히 신경 쓴다. 백종원을 필두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기에 먼저, 그가 아는 도시여야 한다. 다만 대중에게 해당 나라가 워낙 생소한 지역이면, 피한다. "처음 시작은 친근하게 갈 수 있는 곳"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청두, 홍콩, 방콕, 도쿄, 하와이를 거쳤다.
"시청자 분들에게 크게 생소하거나 전혀 관심 없는 나라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요. '저기면 나도 가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겠다', '저기 가봤던 곳인데, 또 갈까', '한국에도 저런 음식점이 있나?' 하는 마음을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거든요. 접근성이 중요해요. 하지만 걱정은 있어요. 사실 근접한 나라들은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기도 하거든요. 저희는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유지시켜야 하니까 이제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접목시켜야죠."
현지에 도착하면 백종원은 자유의 몸이 된다. 타이틀에 맞게 길거리 음식을 선보여야 하고, 길거리 음식 표현의 생명은 리얼리티이기 때문. 돌발 상황이 생겨도 그 모습까지 함께 담는다는 게 제작진의 연출 마인드다. 그만큼 개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특정 음식과 이야기의 큰 틀은 사전에 이야기하죠. 하지만 그냥 백 선생님이 '혼밥'하는 느낌으로 촬영해요. '이건 꼭 시키셔야 해요' 이런 적은 없어요. 그냥 선생님이 메뉴판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주문도 하세요. 거기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생기거든요. 저흰 지켜봐요. '이 이야기는 꼭 담겨야겠는데?' 싶으면 그 정도는 저희가 살짝 말씀을 드려요. 저희 모두 예능 팀이고 리얼리티를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많이 열어놓는 편이에요."
이날 만난 박PD에게선 '스푸파'에 대한 진한 애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힘주어 말했다. 진정성 있는 출발, 노력이 더해진 과정, 기대감으로 완성된 결과물. 자칫 루즈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장르 결합에도 호평을 받는 이유다.
"요즘은 다큐 성향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서서히 많아지고 있어요. 어떤 장르든,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호불호가 갈려도 다큐멘터리라는 평이 저는 사실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기획을 했을 때 그렇게 보이길 원했거든요. 많은 웃음보다는 다큐에서 담는 편안함과 깊이를 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오히려 우려했었는데 그렇게 느껴주신다니.(웃음) 저는 방송을 보고 '와!'하고 소리치는 것보다, 미소가 지어지고, 작은 거라도 얻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거든요."
[사진 =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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