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NC 다이노스가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마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했다.
애리조나는 메이저리그에 첫 선을 1998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이듬해인 1999년 지구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1년 대망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그 상대가 역대 최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뉴욕 양키스였고 양키스의 4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저지했으니 엄청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애리조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창단 후 최단 기간 우승이란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공격적이고 확실한 전력보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리조나는 FA 시장에서 랜디 존슨, 스티브 핀리, 마크 그레이스, 레지 샌더스 등 굵직굵직한 이름들을 품에 안았고 과감한 트레이드로 커트 실링, 매트 윌리엄스, 토니 워맥 등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백미는 카림 가르시아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트레이드하면서 루이스 곤잘레스를 영입한 것. 곤잘레스는 2001년 홈런 57개를 터뜨렸으며 월드시리즈 7차전 끝내기 안타를 작성한 애리조나의 전설이다. 여기에 한국의 김병현, 멕시코의 에루비엘 두라조 등 국제 스카우트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NC도 그랬다.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박석민 등을 FA 시장에서 영입했고 임창민, 지석훈, 용덕한, 강윤구 등을 트레이드로 보강했다. 모창민, 김태군, 김종호 등을 신생팀 특별지명, 이재학을 2차 드래프트, 나성범, 박민우, 이민호, 권희동 등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건졌다. 갈 곳 없는 손민한, 원종현, 김진성은 NC를 만나 다시 꽃을 피웠다.
가장 대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선수 영입. 지금은 메이저리그로 재진출한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에릭 해커, 찰리 쉬렉, 재크 스튜어트, 재비어 스크럭스, 왕웨이중까지 성공사례로 꼽을 만한 사례들이 즐비하다.
애리조나가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인지 네 시즌 만에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우승에 도전한 것처럼 NC도 1군 진입 네 번째 시즌인 2016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면서 '애리조나의 신화'를 재현할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준우승. 정규시즌을 완벽하게 지배한 것은 물론 이미 큰 경기 경험이 어마어마하게 축적된 두산 베어스란 상대는 너무 강했다.
과정은 애리조나와 비슷했지만 끝내 우승이란 결말은 함께하지 못한 NC는 지난 해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렀지만 우승으로 방점을 찍지 못한 후유증은 결국 올해 최하위로 곤두박질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NC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김경문 감독을 해임한 NC의 후속조치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뜨렸다. 바로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앉힌 것이다. 보통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NC의 선택은 달랐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감독 자리를 맡은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물론 사례는 있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2015년 마이크 레드먼드 감독을 중도 해임하면서 댄 제닝스 단장을 감독 자리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제닝스 단장 겸 감독 역시 팀의 순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자신이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거둔 성적은 55승 69패. 결국 마이애미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고 2015시즌을 끝으로 제닝스 단장 겸 감독을 해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로 그것도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닌데 NC는 왜 마이애미처럼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앉히는 모험을 강행했을까. 우선 김경문 감독과 함께했던 김평호 수석코치와 양승관 타격코치가 팀을 떠나면서 감독대행을 맡을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이는 코칭스태프 개편에서도 드러난다. 한때 수석코치도 맡았던 최일언 투수코치는 잔류군으로 이동했다.
NC의 지상과제는 팀 분위기 수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프로에서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것은 그야말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고교 감독을 10년 가까이 맡았지만 프로 세계와는 엄연히 다른 곳이다. 당시 제닝스도 메이저리그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다.
물론 유영준 감독대행은 NC가 창단한 2011년부터 합류해 스카우트 팀장을 거쳐 단장 자리에 올라 팀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지만 선수, 코치들과 덕아웃에서 '스킨십'을 했던 자리는 아니었기에 NC의 파격적인 행보가 성공으로 귀결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직 NC에겐 85경기가 남아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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