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낯선 풍경이다. 아직 6월 초인데 LG에서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3명이나 배출된 것이다.
양석환과 김현수에 이어 채은성도 두 자릿수 홈런 대열에 합류했다. 채은성은 지난 7일 잠실 한화전에서 제이슨 휠러의 투구를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 2016시즌 홈런 9개로 끝내 두 자릿수 홈런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털었다.
채은성에 이어 등장한 양석환도 또 한번 담장을 넘겼다. 휠러의 몸쪽 공을 기막히게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긴 양석환의 타구는 시즌 11호 홈런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는 그동안 홈런과 인연이 없었던 팀이다. 게다가 아직 외국인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LG가 달라질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김현수 효과'를 이야기한다. 이미 국내 최정상급 타자로 손꼽히고 메이저리그 2년 경력까지 추가한 김현수의 존재감은 외국인타자 그 이상이다. 홈런 10개를 터뜨린 것은 물론 고비마다 터뜨리는 한방이 타선의 묵직함을 더한다. 주자가 3루에 있으면 희생플라이로 득점시킨다. 투수로서는 여간 힘든 상대가 아닌 것이다.
개막 초만 해도 김현수의 타순은 2번과 5번이었다. 하지만 가르시아의 부상으로 김현수가 뜻하지 않게 4번 타순을 맡았다. 막상 김현수에게 맡기니 4번타자 역할을 척척 해내고 있다. '국가대표 3번타자'란 이미지가 강한 김현수이기에 4번 타순이 낯선 옷처럼 느껴졌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김현수가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5번 채은성, 6번 양석환도 신나게 방망이를 돌린다. 특히 두 선수는 '김현수 효과'를 몸으로 체감하는 주인공이다. 김현수와 함께 이틀에 한번씩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지난 해 홈런 14개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양석환은 벌써 홈런 11개를 터뜨린 것에 "지금까지는 빠른 페이스로 홈런을 쳤다. 물론 남은 경기에서 홈런을 한 개도 못칠 수도, 더 많이 칠 수도 있다. 홈런에 대한 기대치는 없다. 다만 작년보다 많이 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이들에게 메이저리그의 훈련 방식을 아낌 없이 전수해주고 있다. 양석환은 "(김)현수 형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그리고 배팅 메카닉은 어떤지 알려주신다. 나도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고 있다"라면서 "특히 처져있을 때는 정신적으로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양석환의 룸메이트인 채은성도 김현수의 노하우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현수 형과 1년 동안 같이 운동을 할 생각이다"라는 채은성의 말에서 그 의지가 느껴진다. 이처럼 벌써 LG가 10홈런 타자를 3명이나 배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재밌는 것은 LG가 지난 해 배출한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딱 3명(유강남, 양석환, 박용택)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63경기 만에 3명을 배출했다. 현재 다소 주춤하지만 유강남도 홈런 8개를 기록 중이며 아직 홈런 5개이지만 지난 해 후반기에 홈런을 몰아쳤던 박용택도 있다. 41경기에 홈런 4개를 친 이형종도 두 자릿수 홈런을 노려볼 만하다. LG가 이렇게 달라졌다.
[LG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선수들. 왼쪽부터 김현수, 양석환, 채은성.(첫 번째 사진) 채은성(왼쪽)과 김현수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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