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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역사는 도도하게 흐른다. 불의와 왜곡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의 강물이 역사의 바다로 쉼없이 전진한다. 영화 ‘허스토리’는 숨죽여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해자인 일본의 법정에서 피를 토하며 증언한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1991년, 할머니 한 분이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자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 여행사 대표 문정숙(김희애)은 “혼자 잘 먹고 잘 산게 부끄러워”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대표해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그는 긴 세월 동안 남몰래 비밀을 품고 사는 배정길(김해숙),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욕쟁이 박순녀(예수정), 열 네 살에 끌려가 모진 고생을 했던 서귀순(문숙),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꽃신 이옥주(이용녀) 할머니와 함께 일본측 무료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역사적 재판에 나선다.
‘허스토리’가 다루고 있는 ‘관부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에 걸쳐 23번의 재판을 통해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에 당당하게 맞선 할머니들의 실화를 일컫는다. 영화는 관부재판의 시작과 끝을 연대기순으로 다루며 할머니들의 아픈 사연을 하나씩 들려준다.
일본 법정에서 한 맺힌 목소리를 토해내는 울분은 전쟁을 겪지 않은 후세대의 마음을 뒤흔들고, 가해자이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파렴치한 태도를 가차없이 꾸짖는다. 뜨거운 용기는 절절한 고백으로 이어지고, 다시 강렬한 울림으로 관객의 마음 속에 요동친다.
민규동 감독은 클로즈업을 남발해 억지로 감정을 짜내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근접촬영을 최대한 자제하며 할머니들의 아픔을 끌어 안는다. 이 카메라의 거리와 시선은 마치 ‘그동안 까맣게 모르고 지내서 죄송합니다’라고 고백하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김희애는 걸크러시의 포텐을 제대로 터뜨리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배테랑 배우들은 할머니들의 상처와 아픔을 열연했다. 문정숙과 원고단의 든든한 지원군 신사장 역의 김선영은 코믹한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영화는 ‘남성들의 사관’인 히스토리(history)가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허스토리(HERSTORY)의 실제 이야기를 뭉클하게 전한다. 가해자인 남성이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역사가 서술될 때, 인류 역사는 좀더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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