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욕만 먹다 세계 1위 독일 꺾은 '한국의 기적'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국의 기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이 1위 독일을 월드컵에서 꺾었다. 한국이 2-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의 7-0 가능성이 높다던 세간의 예측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월드컵 내내 욕만 먹는 신태용호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쐈다.

신태용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에 2-0으로 승리했다. 1승 2패(승점3)를 기록한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이상 승점6)에 밀려 조 3위로 16강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심지어 16강 진출을 위해선 2골 차 승리를 해야 한다는 미션까지 성공했다. 멕시코의 어이없는 패배가 아니었다면 손흥민이 말한 ‘1%’ 기적도 가능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준비 과정부터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졸전과 평가전까지 이어진 부진은 팬들로 하여금 색안경을 쓰게 만들었다. 여기에 과정은 숨긴 채 결과만 기다려달라는 신태용 감독의 멘트도 신뢰를 잃었다.

설상가상 주전 수비수 장현수 논란까지 겹치며 대표팀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 월드컵을 치렀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고 차갑게 식어버린 국내 여론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독일전 승리는 의미가 크다. 작은 의미에서 신태용 감독이 말한 ‘통쾌한 반란’쯤 되는 승리다. 스웨덴, 멕시코전 결과를 생각하면 독일전 승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해외 도박사들도 독일의 완승을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주장 기성용이 빠진 상황에서도 한국은 이전보다 더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멕시코전에서 99km에 그쳤던 활동량은 118km까지 늘었다. 많이 뛰니 경기력도 살아났다.

사실 비기기만 했어도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 팬들이 원했던 투혼을 선수들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에 무려 두 골을 몰아치며 독일을 이겼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요하임 뢰브 감독은 “충격”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의 실패는 참담했다. 마지막까지 나아진 모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시 손흥민이 흘른 슬픔의 눈물은 독일을 이겼다는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해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 정도면 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내도 되지 않을까.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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