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배우 박강현은 뮤지컬 '웃는 남자'를 하며 처음으로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것. 이같은 그의 몰입도는 박강현만의 그윈플렌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뮤지컬로 그려낸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극중 박강현은 시대의 욕망에 희생되어 기형적인 얼굴을 가진 광대로 살아야 했던 그윈플렌 역을 맡아 비극적인 운명을 그리는 동시에 뿌리 깊은 귀족제도와 부패한 왕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박강현에게 '웃는 남자' 작품 자체는 어땠을까. 박강현은 "'웃는 남자'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릿속에 침침하고 어두운 흑백을 떠올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뮤지컬용 대본을 보고 연습을 하며 컬러풀함을 느꼈다. 우리 팀만의 색깔이 나온 것"이라며 "신분 사회를 그리는데 현 시대와도 맞닿은 점들이 있어 공감이 됐다. 사람 사는게 결국에는 몇백년이 지나도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인간의 성악설을 믿는다. 정화시켜 나가고 한단계 성숙해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이상이라는 것은 이상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예요. 내 안에 이상은 있지만, 그리고 옳은게 뭔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못 살기 때문에 유토피아라는 이론도 나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모두 이상적으로 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래서 인간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좀 더 사람답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워너비를 향해서 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좀 결핍된 존재죠."
인간은 결핍된 존재라고 생각하는 박강현이기에 그윈플렌의 결핍도 더 깊게 들여다 봤다. 이후에는 자신과 맞닿은 점을 찾았다.
박강현은 "나와 인물의 교집합들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인물과 나를 섞는다"며 "결국 중요한건 '왜?'다. 그 '왜'를 저 반, 인물 반 섞어서 답을 찾아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윈플렌은 순수한 사람이에요. 결핍이 있고 아파봤기 때문에 남들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는 거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어요. 저 역시 순수함이 닮았어요.(웃음) 장난기가 좀 있고 약간 도발할 때의 대범함, 뒷 일을 크게 생각 안하고 질러버리는 그런 면도 좀 닮아 있죠. 사실 쑥스러움도 많아 무대에서 사람들을 휘어잡고 이런건 없는데 막상 사람들이 좋아하고 호응하면 더 좋아서 흥분하는 순수함도 닮았어요."
닮은점이 많지만 다른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는 조시아나 앞에서 긴장하는 그윈플렌의 모습은 자신과 다르다고 했다.
"그윈플렌이 엄청 떨고 그러는 건 이해는 되는데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거절하려면 확실하게 거절할 줄도 안다. 그런 숫기가 없진 않다"고 답했다.
"그윈플렌을 분석하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답을 찾았어요. 사실 관객들이 궁금해할만한 부분은 제일 마지막 장면인데 저는 어린 시절 그윈플렌이 데아의 생명을 제가 구했으니 그 때부터 두 사람은 뭔가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했어요. 하나로 묶여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아주 강한 유대가 생겼다고 생각했죠. 그러니 끝까지 함께 하고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두 사람은 사랑을 초월한 느낌이에요.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한단계 위에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죠."
작품에 온 신경을 쏟은 만큼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당연하다. 열정적으로 토해내는 넘버 '눈을 떠요', '웃는 남자'가 붙어 있다보니 표현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그는 "모든게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감정을 터트려야 하는데 체력을 비축할 수도 없다. 그러면 거짓말이 된다"며 "절대로 살살 할 수 없고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특히 '눈을 떠요', '웃는남자'라는 넘버에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담겨 있기 때문에 비축이 불가능하고 다 터트려야 한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힘들긴 처음이에요. '이블데드'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다리가 후들거리진 않았거든요? 근데 '웃는 남자'는 다리가 후들거려요. 제 체력이 약한 편도 아니고 깡으로, 근성으로 버티는 스타일이거든요. 웬만하면 힘들단 얘기도 안 하는데 '웃는 남자'는 힘듭니다.(웃음) 근데 몸은 그렇게 후들거려도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사람들은 박강현에게 '웃는 남자'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종합편성채널 JTBC '팬텀싱어2'를 통해 실력을 알리고 대중성 및 인기를 얻었다면 '웃는 남자'는 뮤지컬배우로서 그의 입지를 더욱 굳혀줄 것이기 때문.
박강현은 "많은 사람들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예견을 하시더라. 확실히 큰 프로젝트고 초연이고 큰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너무 그렇게 생각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묵묵하게 제가 할 것만 해나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터닝포인트가 되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박강현은 '웃는 남자'와 함께 '팬텀싱어2'를 통해 만들어진 팀 미라클라스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김주택, 정필립, 한태인과 함께 만튼 팀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그는 "'팬텀싱어2'가 시너지가 된 것 같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만큼 음악적으로나 무대 적응면에서나 많이 늘었다"며 "제일 좋은 건 팀원들을 만난 거다. 다양한 사람들,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만나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한지 갓 1000일이 넘었는데 난 행운아다. 물 흘러가듯 잘 활동해 왔으니까"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못 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니까 하나씩 문이 열리듯 길이 열렸고, 내가 선택한 길을 묵묵하게 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요즘 뮤지컬계 아이돌이라고 말을 해주시는데 아이돌은 넘사벽이에요. 그냥 뮤지컬계까지만 맞는 말 같아요. 그럼 뮤지컬의 닭? 하하.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요? 아직도 떠오르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30대엔 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할 거예요. '웃는 남자'를 통해 30대가 된 박강현이 좀 더 나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길 바라요."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시간 170분. 오는8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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