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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김사권이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극본 서숙향 연출 박선호)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간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해오던 그는 첫 악역을 맡아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로코믹 주방활극 '기름진 멜로'는 동네중국집 주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남녀의 핫한 연애담을 그린 드라마. 극중 김사권은 재벌 3세, 최고급 중식당 '화룡점정'을 갖고 있는 자이언트 호텔 사장 용승룡 역을 맡아 두칠성(장혁), 서풍(이준호)과 대립했다.
김사권은 "'기름진 멜로'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첫 악역에 대해 "의욕은 끓어 넘치고 '열심히 해야겠다',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열심히 하고 싶은 욕심이 컸고 준비도 많이 했다. 인물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 살도 많이 뺐다"고 밝혔다.
"인물 자체가 원래 굉장히 뚱뚱하고 먹는 걸 좋아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트라우마가 있어 살을 뺀 인물이에요. 자기 몸이 흐트러지는 것을 넘어가지 못하죠. 그래서 저 역시 7~8kg을 뺐어요. 체지방을 많이 낮췄고 식단 관리도 해서 체지방이 6%대까지 떨어졌었어요. 노출신도 있어서 더 몸을 만들었죠. 오전에 일어나 공복에 러닝머신 6km 타고, 저녁엔 PT도 하고 복싱도 했어요."
외적인 부분 변화와 함께 연기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했다. 기존에 맡아온 인물들이 호감 있고 반듯한, 선한 이미지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반대되는 이미지의 용승룡 역은 확실히 달라져야 했다.
김사권은 "약간의 톤도 살짝 올리는 것으로 바꿨고 조금 평범하지 않게 표현하려 했다"며 "감독님이 '흔하디 흔한 그런 거 말고 그래도 특색 있고 좀 다른 류의 악역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더 연구했다"고 말했다.
"부자인 악역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갑질, 혹은 망나니 같은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런 모습들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반듯하고 예의가 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건 예의 차리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아래의 다른 세계 사람이라 생각하고 선을 지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주변 반응도 이전과는 달랐어요. 그 전에는 다독여주던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정말 잘 보고 있지만 못돼 보인다', '나쁜 짓 그만해' 등의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도 연기를 좋게 봐주신 거니까 기분이 좋았죠."
김사권은 이번 악역을 통해 악역 연기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아쉽다고 다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처음 보여드린 모습이고 경험을 했으니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나가서 이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사실 장르와는 잘 안 맞아서 진짜 악독하거나 아주 나쁘고 못된 짓을 하진 않았어요. 진짜 못됐다기보다 약간 지질하고 비열하고 '아유, 저렇게까지 다 가진 애가 저렇게까지 해야 해?' 이런 느낌이었죠. 나중에는 '저런 짓까지 할 수가 있나?' 할 수 있는 것까지 해보고 싶어요. 엔딩에 파란색 죄수복 입는 거요.(웃음) 아무래도 해보니 욕심이 생겨요. 또 다른 작품 해서 악역 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한편 '기름진 멜로'는 '파스타', '미스코리아', '질투의 화신'을 집필한 로코의 대가 서숙향 작가의 작품이었다. 김사권은 서숙향 작가와의 호흡에 대해 "서숙향 작가님을 예전부터 좋아했고 드라마를 즐겨 봤다. 굉장히 임팩트 있게 써주시고 각 인물들이 할법한 대사들을 딱 딱 주셨다"고 답했다.
"드라마적이지만 자연스러움도 있고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실은 아니지만 같이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B급 코미디가 있었는데 재밌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진지하게 연기하니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선호 감독님도 정말 좋았어요. 한 장소에서 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동료로서 잘 맞춰 주셨죠. '이렇게 하려고 준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 주시고, 항상 배우 쪽에 맞춰 주시고 배려하며 디렉션을 주셨어요. 자주 호흡을 맞춘 두칠성 역 장혁 형, 서풍 역 준호와의 호흡도 좋았죠. 저만 잘 하면 되는 환경이었어요. 다들 배려심 많고 호흡이 잘 맞았어요."
그렇다면 '기름진 멜로' 속 용승룡의 멜로는 무엇이었을까. "석달희(차주영)와의 멜로가 있었고, 뒤로 가면서 두칠성(장혁)과의 이상한 케미도 있었다"고 밝힌 김사권은 "호흡이 맞아 가니까 두칠성과의 케미도 보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장혁 선배님을 보고는 좀 놀랐어요. 되게 멋있고 남성미가 있어서 '기름진 멜로'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또 다른 이미지였다. 선글라스와 함께 손가락 제스처가 시그니처가 됐는데 '인물을 구축하는데 저렇게 하나하나씩 새로운 걸 만들어 오고 실제로 표현해내는구나' 놀랐어요. 아직 저는 경험이 적다 보니 그런 것들을 표현해내는 데는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장혁 선배님은 그렇게 많이 준비해서 오시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다소 늦게 데뷔했지만 김사권은 이제까지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만큼 자신만의 연기관도 어느 정도 확립해 갔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갖고 오는 거는 최대한 텍스트에 충실하자는 게 제일 크다. 웬만해선 애드리브도 거의 안 한다"며 "되도록이면 대사의 어미 하나도 안 바꾸려고 한다. 작가님이 그렇게 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텍스트에 충실해서 대본을 분석해 연기하는 것이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신인 때는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다 첫 경험이다 보니까 다 시도해봤죠. 지금은 작품을 많이 해오다 보니까 저만의 것이 생겨서 웬만해선 거의 비슷한 루트를 잡았어요. 연기를 할 때도 예전에는 이것도 신겨 쓰고 저것도 신경 쓰고 했다면 이제는 제 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신인 때보다 여유는 생겼지만 열정은 여전하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도 많고, 표현해보고 싶은 감정들도 많다. 1차원적인 표현보다는 변화무쌍한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까지 배우 김사권으로서 인사를 드린 모습들을 관심 있고 애정 있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도 많고 하고 싶은 역할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연기 활동 통해 다양하고 멋진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이 아껴주시고 관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우 김사권.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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