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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그 순간이 곧 역사였다.
노벨문학상의 가수이자, 시인이자 예술가이자, 인류 음악 역사의 증인인 밥 딜런이 2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8년 만의 내한공연을 열었다.
두 시간여 동안 밥 딜런은 약 스무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의 노래 중 가장 대중적인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는 당연히 세트리스트에 없었다.
그런 공연이었다. 밥 딜런은 두 시간 내내 그 흔한 인삿말도,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편곡은 괴팍할 정도로 뒤틀려 있었고, 밥 딜런의 웅얼거리는 듯한 보컬은 그의 시적인 노랫말을 음미할 기회를 주기는커녕 어떤 가사인지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게 했다.
무슨 노래인지 소개하는 일도, 노래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일도 물론 없었다. 스크린 하나 설치되지 않아 밥 딜런의 표정이나 밴드의 연주 모습은 객석에선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거장은 이토록 불친절했으나, 이게 밥 딜런이었다. 음악으로 평생을 늘 저항하고 격식을 파괴하고 때로는 고독하기를 스스로 자처한 예술가.
건반 앞에서 도통 일어나지도 않던 밥 딜런이 무대 가운데에 선 채 스탠딩 마이크를 들고 노래한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
마치 파란만장했던 77년 지난 인생을 회고하는 듯한 가사를 애달프고 구슬프게 노래한 밥 딜런의 목소리가 어쩐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듯했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the window
낙엽들이 창가를 떠도네요
The autumn leaves of red and gold
붉고, 황금빛의 낙엽들이요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그 여름에 입맞춘 당신의 입술을 떠올려요
The sunburned hands I used to hold
내가 잡고 다니던 햇볕에 그을린 손도요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당신이 떠나버린 후 하루가 점점 길어지네요
And soon I'll hear old winter's song
그리고 난 이내 오래된 겨울 노래를 듣게 되겠죠
But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하지만 내 사랑, 난 당신이 그 무엇보다도 그리울 거예요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가 되면요
[사진 = AFP/BB NEWS]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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