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년에는 지붕을 뜯어야 하나요."
넥센 장정석 감독의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방문 팀들이 약속을 한 듯 '고척돔 효과'를 말하지만, 정작 넥센은 홈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넥센은 이번주 홈 6연전 중 5경기가 끝난 28일까지 1승4패에 그쳤다.
넥센은 올 시즌 홈에서 24승31패다. 상위 5팀 중 유일하게 홈 승률 5할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7위 KIA도 홈에선 27승22패로 5할을 살짝 넘었다. 넥센이 5위 다툼서 삼성의 맹추격을 받고 KIA를 확실히 떨어뜨리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 홈 부진이다.
최근 한반도는 펄펄 끓는 거대한 용광로다. 요즘 고척돔이 아닌 구장의 경기 전 풍경은 비슷하다. 타격 및 수비훈련을 간단히 소화한다. 훈련이 진행되는 오후에는 햇빛이 너무 뜨겁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체력이 떨어진다. 아예 실내연습장에서 몸만 간단히 푸는 경우도 있다. 훈련량을 줄여 체력 소모를 줄이고, 컨디션을 조절해 경기할 때 에너지를 쏟아낸다.
현장에서 말하는 고척돔 효과는 명확하다. 단순히 우천취소가 되지 않아 계산된 경기운용이 가능한 부분을 뛰어넘는다. 햇빛을 차단하고 자유자재로 온도를 조절, 선수들을 보호하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선수 입장에선 컨디션 조절이 용이하고, 경기 중 집중력이 향상된다.
후반기에 고척돔을 방문한 LG 류중일 감독, kt 김진욱 감독, 롯데 조원우 감독 모두 "시원하다. 넥센이 부럽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척돔 효과는 원정 팀들이 훨씬 많이 보고 있다.
넥센이 고척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건 결국 전력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발진과 타선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중, 후반 실점이 부쩍 늘어났다. 조상우의 이탈 후 김상수가 마무리로 이동했다. 이보근을 중심으로 나머지 불펜 투수들로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
그러나 이보근이 전반기 막판부터 과부하 조짐을 보였다. 후반기 들어 경험이 많지 않은 불펜 투수들마저 잇따라 무너졌다. 현 시점에서 안정적인 카드는 전무하다. 마무리 김상수조차 이번주에만 두 차례 흔들렸다. 역전패 빈도가 높아지면서 좀처럼 좋은 흐름을 타지 못한다. 장정석 감독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원정 팀들은 뜨거운 야외구장에서 경기를 하다 시원한 고척돔에 오니 능률이 오르고 경기력이 향상된다. 특히 후반기에 고척돔을 방문한 LG, kt, 롯데의 경우 타자들이 유독 좋은 성적을 올렸다.
흥미로운 건 정작 넥센은 원정에서 25승23패로 남는 장사를 했다는 점이다. 고척돔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도 어떻게든 5위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다. "지붕을 뜯어야 하나요"라는 장 감독의 농담에 넥센의 속 쓰린 현실이 투영됐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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