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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후광 기자] 운동선수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부상을 안고 뛴다. 부상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것을 우리는 ‘투혼’이라고 부른다. 부상 투혼으로 메달을 목에 걸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선수단은 현재(22일 오전) 총 금메달 8개를 수확했다. 태권도 4개를 비롯해 펜싱에서 3개, 레슬링에서 1개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8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보면 모두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아시아 정상에 올라섰다.
먼저 지난 20일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정상에 오른 전희숙(34, 서울시청)은 물집에 고전했다. 중국의 푸이팅과 접전을 펼치다 3라운드 중반 검을 쥔 왼손에 물집이 찾아오며 잠시 시간을 가져야 했다. 경기력과 직결되는 치명적 부상이었지만 오히려 전희숙은 휴식 후 공격을 몰아치며 점수를 쌓았다. 경기 후 그는 “물집에 너무 신경이 쓰였지만 메디컬테스트를 통해 쉬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일 태권도장에서도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김선호(20, 용인대)가 남자 품새 단체전 결승 도중 골반에 통증을 느끼며 잠시 쓰러진 것. 김선호는 대회에 앞서 치러진 개인전 선발전에서 옆차기를 하다 골반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초 3개월의 재활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 달 휴식 후 자카르타행을 택했다. 호흡이 중요한 단체전에서 잠깐의 실수가 발생했지만 동료들의 도움 덕에 금메달이 찾아왔다.
김선호는 경기 후 “주저앉았을 때 (한)영훈이 형과 (강)완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1분이 남아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을 가졌다”라며 “마음 먹은 대로 충실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부상에도 금메달을 따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라고 미소지었다.
21일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kg 초과급의 이다빈(22, 한국체대)도 이번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그는 햄스트링과 엉덩이 근육 손상으로 약 한 달 정도 훈련을 못했다. 운동을 다시 제대로 시작한 건 대회 시작을 고작 2주 앞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이다빈은 결승에서 공격적인 발차기를 구사하며 흥미와 감동을 동시에 제공했다. 경기 후 그는 “부상으로 훈련을 못한 게 가장 힘들었다. 이번 금메달을 쉽지 않을 것 같았다”라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같은 날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kg급 챔피언에 오른 류한수(30, 삼성생명)는 양 쪽 팔꿈치가 모두 불편한 상황에서 성과를 이뤄냈다. 류한수는 “팔꿈치 때문에 힘들었지만 팔이 아프면 다리로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아프다”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했다.
이 밖에 강민성, 구본길, 강영미, 김태훈 등 다른 금메달리스트들도 잔부상 속에 투혼을 발휘했고, 펜싱의 박상영과 태권도의 하민아 등은 경기 도중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매 순간 감동이 있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전희숙(첫 번째), 남자 태권도 품새(두 번째), 이다빈(세 번째), 류한수(네 번째). 사진 = 인도네시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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