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보고르 이후광 기자] 지쳐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손흥민(토트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중심이다. 이번 대회서 손흥민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가 됐다. 단순히 스타플레이어서가 아닌 승리를 향한 간절함과 헌신이 감동을 안겼다. 손흥민은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선수들에게 “축구가 아닌 전쟁을 하러 나간다”라고 조별예선에서 주춤했던 선수들을 일깨웠고, 8강전에선 연장서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이들을 일일이 일으키는 따뜻함도 발휘했다.
그라운드에서도 손흥민의 헌신은 빛났다. 손흥민은 주 포지션인 스리톱의 날개를 맡으면서도 공격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를 자처한 그였다. 손흥민은 “황의조의 골 감각이 너무 좋아 믿고 내려가서 수비할 수 있다”라고 했다. 매 경기 주장과 에이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체력이 이미 바닥났지만 “내가 힘들어하면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힘들어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하며 다시 일어섰다.
손흥민은 이날 결승전에서 왼쪽 날개를 맡았다. 지난 베트남전에선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며 공격을 조율했지만 경기가 경기인 만큼 다시 윙으로 복귀해 공격 포인트를 노렸다. 손흥민은 이날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일본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전반 43분 직접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어 코너킥을 만들어내는 등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내려 했다.
그러나 손흥민 역시 사람이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움직임이 둔해졌다.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후반 40분을 지날 때에는 바로 앞에 있는 공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지쳐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시 뛰었다. 손흥민이 다시 힘을 내자 한국의 공격도 덩달아 탄력을 받았다. 손흥민은 연장 시작과 함께 상대 수비 실수를 틈 타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다. 그러나 이는 2-0 승리의 시발점이었다. 손흥민은 연장 전반 2분 페널티지역에서 이승우의 첫 골을 도운 뒤 11분에는 프리킥으로 황희찬의 헤딩 쐐기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이 만들어낸 연속 두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승리로 그토록 바라왔던 병역 면제의 꿈을 이뤘다. 이제 군 문제라는 걸림돌 없이 잉글랜드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면 된다. 헌신과 노력으로 스스로 일궈낸 값진 병역 혜택이었다.
[손흥민. 사진 = 인도네시아 보고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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