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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화 소식을 전한 '82년생 김지영', 왜 비난받아야 하나.
세상을 살다보면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고, 한 키워드가 자극적인 단어로만 표현된다. 깊이보다 스피드가 더 중요해진 요즘, 한 내용을 깊이있게 쳐다보기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이 주가 돼 이야기가 번져나갈 때가 있다.
영화화 소식이 전해진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비난을 보며 '혐오의 시대'를 떠올린다. 앞서 조민주 작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V앱 인터뷰를 통해 "2015년 즈음에 여성 혐오가 일었다. 김치녀, 된장녀는 이제 진부해서 쓰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단어가 됐고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는게 굉장히 일상이 돼버린 것 같더라"라며 문제 의식을 갖고 '82년생 김지영'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82년생 김지영'이 남성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다. 작품 속에서 김지영은 외모 지적을 받고 19금(禁) 이야기를 대놓고 직장 상사에 듣는가 하면, 시어머니로부터 '가족'이라는 외피 속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 활동 신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작품 속에는 구체적인 비율이 언급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30대의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하락하고, 김지영은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자 또한 '82년생 김지영'이 한창 붐이었을 당시 접했는데, 책을 편 순간부터 뇌리에 짜릿하게 꽂히는 '내 이야기다'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소설의 궤를 이루고 있지만 조남주 작가가 직접 겪었던 회식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작품이자 우리 주변의 여성들이 겪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가 꽤나 꾹꾹 눌러담겨있다.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성차별과 성희롱 소식을 듣는다. 최근에는 문화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로 젠더 이슈가 한 차례 화제가 됐는데, 당시 남성 네티즌들은 "억울하다"라는 반응들이었다. 또 지하철 여성칸을 만들자는 이야기에 찬반 여론이 들끓었고 '김치녀'나 '꼴페미', '메갈' 등 여성을 비하하는 혐오의 단어들이 생성됐다.
자극적인 이름들로 '남초', '여초'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서로 대립각을 세운다. 다름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말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 그게 아니라'로 시작되는 대화 구조는 정상적이지 않다.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분명한 것은 일부가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한 구절이라도 내 이야기라고 와닿는다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이야기일 수 있다. 남녀 성차별의 구조에서 자랐던 여성에게는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가 자신의 과거 아픔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이야기다. 또 남성 독자 가운데서도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자신이 미처 몰랐던 혹은 주변의 여성들이 공감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페미니즘'의 정의는 이렇다. 여성을 여성 자체가 아니라 남성이 아닌 성 혹은 결함 있는 남성으로 간주함으로써 야기되는 여성문제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전망을 제시하려는 일련의 움직임. 분명한 것은 '82년생 김지영'은 위와 같은 정의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출연 확정만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는 정유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고 싶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살인자로, 역사 속 위대하다고 추앙받는 인물로, 친일파로, 성소수자로 변신해 연기를 한다.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살인자보다 82년생 김지영이 잘못한 건 무엇인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V앱 영상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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