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넥센 마운드의 방향성이 다시 한번 확연하게 드러났다.
넥센은 최근 큰 결단을 내렸다. 좌, 우완 영건 이승호와 안우진을 나란히 선발로테이션에 투입했다. 시즌 막판이다. 넥센은 잔여경기도 리그에서 가장 적다. 때문에 선발진 진입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 두 사람은 19~20일에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다음주 한 차례 추가 등판하면 임무를 마친다.
표면적으로는 팔꿈치 염증으로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진 최원태의 공백, 잦은 손가락 물집과 기복이 있는 신재영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차피 최원태는 포스트시즌서 다시 핵심 선발로 활용된다.
그래도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다. 장정석 감독의 결단에 넥센 마운드 운용의 미래지향적 방향성이 읽힌다. 일단 이승호를 보자. 작년 트레이드 마감일에 영입할 때부터 애지중지했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했다.
장 감독은 시즌 초반 이승호를 1군에서 불펜요원으로 활용하되, 투구수와 투구간격을 철저히 조절했다. 부상 후유증이 발견되지 않자 서서히 활용도를 높였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롱릴리프로도 썼고, 연투도 시켰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뒤 선발진에 빈 자리가 생기자 주저 없이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사실 장 감독은 올 시즌 수 차례 이승호의 남다른 포텐셜에 주목했다. 고형욱 단장도 트레이드 당시부터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구종 품질이 또래 투수들보다 한 수 위라고 극찬했다.
이승호는 19일 고척 두산전서 데뷔 첫 선발 등판, 4⅓이닝 2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리그 최강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75구 투구제한에 걸려 승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장 감독도 "싸우는 모습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수 차례 "내년에는 이승호가 선발진 진입 경쟁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내년 4~5선발 중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충분하다. 넥센은 최근 왼손선발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리그 전체를 봐도 안정적인 영건 왼손선발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승호로선 19일 등판과 다음주 한 차례의 추가 등판이 내년을 위한 일종의 시험대이자 경험 쌓기 무대다. 넥센으로선 선발투수 이승호의 경쟁력을 실전을 통해 확인하는 무대다.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서 부상이슈를 틈타 내 후년까지 바라본 치밀한 선수 운용법.
안우진의 선발 재기용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시즌 중반 한 차례 선발로 나섰다 실패를 맛봤다. 150km를 육박하는 패스트볼이 있다. 그러나 변화구는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았다. 포크볼 등 다른 변화구도 던질 줄 알지만, 완성도는 떨어진다.
이 약점을 선발에서도, 불펜에서도 쉽게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군에서 재정비하고 돌아와서 불펜 추격조로 뛰며 한결 좋아졌다. 장 감독은 "이제 본인도 다양한 구종을 던져야 살아남는다고 깨달았다. 확실히 좋아졌다. 세트포지션에서도 불안했는데, 심적으로 안정됐다"라고 말했다. 실제 20일 고척 삼성전서 다양한 구종으로 삼성타선을 압도했다. 다양한 구종과 빠른 볼의 결합은 역시 무섭다. 5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장 감독은 안우진을 다시 한번 선발로 실험하면서, 향후 활용법까지 고민해볼 작정이다. 이승호와는 달리 선발투수로 못 박지는 않았다. 장 감독은 "볼이 빠르기 때문에 불펜에서 1이닝 정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올 시즌이 끝나고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넥센은 선발에 비해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장기적으로 안우진을 불펜 주요멤버로 활용하면서 선발과 불펜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당장 이 역할은 신재영이 맡는다. 느린 공,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메뉴얼의 약점 보완, 물집 방지 차원에서 신재영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19일 고척 두산전 구원승으로 탄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최근 넥센 마운드 개편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다.
[이승호(위), 안우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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