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군에서 박승민 코치님과 함께 투구영상을 봤다."
넥센 신인 안우진은 6월 2일 잠실 LG전, 9일 수원 KT전서 잇따라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2경기 합계 6⅔이닝 12피안타(2피홈런) 7사사구 11자책점. 이후 불펜으로 돌아갔고, 6월 말에는 2군으로 내려갔다. 6월 성적만 7경기 3패 평균자책점 13.86.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강속구 투수가 점점 줄어드는 최근 국내무대서 큰 자산. 그러나 슬라이더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제구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다. 와인드업, 세트포지션 모두 기술적, 심리적 문제점을 노출했다.
예고된 성장통이었다. 고교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입단과 동시에 징계를 받았다. 1~2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체계적인 시즌 준비를 할 수 없었다. 결국 한 차례 한계를 맛 본 뒤 2군에서 재조정의 시간에 돌입했다.
안우진은 "박승민 코치님은 시선을 끝까지 타자에게 향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고교 시절부터 그렇게 던져서 당장 쉽게 고칠 수는 없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실제 안우진의 투구영상, 사진들을 보면 공을 던지는 순간 고개가 타자 쪽으로 똑바로 향하지 않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벗어난다.
원하는 지점,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없게 된다. 고개와 시선이 끝까지 목표점에 향해야 원하는 곳에 공을 넣을 수 있다. 안정적인 커맨드의 첫 걸음. 안우진은 "항상 의식하고 던진다"라고 말했다.
7월 말 1군에 돌아왔고, 추격조 불펜투수로 기용됐다. 이후 최원태의 팔꿈치 염증, 신재영의 기복과 잦은 물집으로 선발로테이션에 자리가 생겼다.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의 내, 후년 활용법을 도모하기 위해 다시 한번 선발등판 기회를 줬다. 다음주에도 한 차례 더 선발 등판한다.
20일 고척 삼성전. 5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1군 16번째 도전만에 데뷔 첫 승을 챙겼다. 6월에 한 차례 쓴맛을 본 뒤 다시 준비한 결과물이다. 기본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애썼고, 심리적으로도 강해졌다.
1군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쉽게 노려치는 부분에 대해선 두 가지 방법을 준비했다. 우선 커브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 최대한 타자의 머릿속을 흔들었다. 긴 이닝을 끌어가야 하는 선발투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목. 장 감독도 "본인이 이제는 다른 변화구도 던져야 한다고 느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우진은 "타자들이 슬라이더만 노리니 다른 구종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어느 정도 효과도 봤다. 물론 여전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있다. 결국 앞으로 실전서 확인해가면서 효과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세트포지션에선 호흡 문제가 있었다. 호흡이 흐트러지면서 제구가 흔들리고, 나쁜 결과를 낳는 악순환. 안우진은 "감독님, 코치님이 최대한 천천히, 여유 있게 던지라고 했다. 그동안 주자가 나가면 호흡이 가빠졌다. 내 템포대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1군에 돌아온 뒤 추격조로 뛰면서 많은 걸 느꼈다. 안우진은 "외국인투수들은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더라. 나 역시 야구를 좀 더 진지하게 대해야겠다고 느꼈다. NC전(14일 3⅔이닝 무실점)을 통해서도 많이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안우진은 갈 길이 멀다. 기술적으로 완성단계가 아니다. 상대의 분석도 극복해야 한다. 풀타임을 뛸 수 있는 노하우와 체력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빠른 볼을 지닌 매력은 분명히 있다.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장 감독 견해다.
넥센은 앞으로 안우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장 감독은 "올 시즌 후 앞으로 어떤 보직에서 활용할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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