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불펜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끝내고 싶었다"
무려 134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한 차우찬(31)의 말이었다. LG는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3-1로 꺾고 지긋지긋했던 두산전 17연패에서 벗어났다. LG의 선발투수로 나선 차우찬은 8회까지 104개의 공을 던진 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 같았다면 마무리투수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랐을 타이밍.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다. 1982년 삼미가 OB에게 16전 전패를 한 기록에 다가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1승의 열망'은 곧 LG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차우찬이 134개의 공을 던져야 할 만큼 LG의 불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경기 후 "차우찬이 많은 공을 던져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평소와 다른 경기 운영을 했음을 시인한 것과 다름 없었다.
정찬헌은 올해 LG의 마무리로 풀타임 시즌을 치렀지만 26세이브를 거두면서 블론세이브는 6개, 평균자책점은 4.92로 좋지 않았다. 정찬헌 앞에 나와야 할 셋업맨으로는 김지용과 신정락이 있었지만 두 투수 모두 평균자책점은 5점대에 달한다. 고우석의 성장도 더뎠고 진해수와 이동현의 부진도 뼈아팠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 이는 불펜투수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평균자책점 2~3위에 랭크된 타일러 윌슨과 헨리 소사가 선발투수진을 이끌었지만 임찬규는 11승을 거두면서도 평균자책점이 5.89에 달했고 김대현, 임지섭 등의 성장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팀 타율 3위로 성장한 야수진은 김현수와 박용택을 주축으로 채은성, 유강남, 이형종, 양석환, 이천웅 등 꾸준히 기용하면서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 역시 양면성을 띄고 있다. 붙박이 기용으로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타격의 요령이 생기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겼지만 폭염 속에서도 계속 출전하느라 체력 관리는 어려웠던 것이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143경기 모두 출전했는데 그를 대체할 백업 유격수 조차 누구를 꼽기 어려운 현실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윤진호가 101경기를 나왔지만 2루수나 3루수로 나온 경기가 더 많았다.
올해 LG가 사용한 라인업은 73개. LG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100개 이상의 라인업을 사용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144경기 체제는 결국 '뎁스(Depth)'의 싸움이다.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LG는 그럴 만한 풍부한 자원도 없었으며 붙박이 기용을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 등으로 인해 결국 '부상과의 전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말았다. LG는 시즌 마무리까지 1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포스트시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참가하지 못한다. 더이상 'DTD'를 경험하기 싫다면 올 시즌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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