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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정말 헷갈리는 음악이다. 치밀하면서 여유롭고, 텅 빈 듯 꽉 찼다. 단 세 명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들은 자신들 음악을 채움과 비움 사이에 방치한다. 젊고 세련됐음에도, 연주가 뿜어내는 가면 쓴 연륜은 이 밴드의 나이를 금세 지워버린다.
라이프 앤 타임의 연주는 강박과 즉흥의 연대다. 완벽을 향한 강박, 자유를 삼키려는 즉흥. 설렁설렁 몸 푸는 잼인 듯,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자신들만의 맞춤법이 그들의 연주 속엔 있다. 브라스로 맛을 낸 ‘연속극’과 인생의 막바지를 노래한 ‘지혜’를 들어보라. 셋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마치 한 사람이 호흡하는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자신들만의 성을 쌓은 이런 비범한 연주에서 라이프 앤 타임의 음악은 비로소 객관화 된다.
헤비한 ‘exiv98’은 록밴드 산울림을 커버한 밴드의 성향 중 하나로 받아들일 만하다. 앨범과 인생의 정점을 동시에 찍는 ‘정점’의 퍼지(fuzzy) 그루브와 찌를 듯 거친 기타 솔로는 이 앨범의 백미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지향하는 음악 색깔은 그것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와 혁오, 스틸리 댄과 허비 핸콕이 변주되는 풍경에서 이들의 진심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제프 벡의 ‘Scatterbrain’이 들리는 ‘꼬리구름’, 가사만 바꿔 부르면 범프 오브 치킨의 것이라 해도 믿을 ‘타임머신’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을 쫙 뺀 산책 같은 연주를 들려주는 ‘잠수교’를 들어봐도 그렇고, 이들 음악엔 어떤 콤팩트한 화려함이 숨어 있다. 팝인지 록인지 재즈인지 모를 무정형의 정형. 그것이 앨범 [Age]를 채우고 지탱한다. 이런 작품에서 장르를 파헤치려는 건 실례, 무모, 어쩌면 무지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2집은 두꺼움 앙상함의 대비가 아니라 있어야 할 것 만 있는, 비곗살을 뺀, 이소룡의 군더더기 없는 몸매 같은 그런 사운드 디자인을 갖추었다. 예컨대 톤과 플레이가 더불어 쫄깃한 임상욱의 스네어/베이스 드럼 톤(‘어두운 방’)을 들을 수 있는 건 하세가와 요헤이의 조언, 그리고 엔지니어 박경선의 노고 덕분이다. 둘의 사운드 조각은 라이프 앤 타임에겐 천군만마 차원의 것이었으리라. 전략과 선택은 모두 옳았다.
진실(보컬, 기타)의 가사는 여전히 상식보단 상상에 기대 있다. 유년부터 노년까지 인생의 굴곡을 그리며 그는 뻔한 서사, 수사를 경계했다. 구체적인 산문이 아닌 추상적인 시를 통해 진실은 자신이 전하려는 말에 힘을 실었고 그 말은 얌전히 음악의 힘이 됐다. 문학과 음악의 조화가 낳은 [Age]는, 듣기 좋은 음악을 위해선 고민과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곱씹게 하는 음반이다.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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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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