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흔히 단기전은 '기(氣)싸움'이라고 말한다.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팀이 갖고 있는 기운 혹은 기세가 개별 경기, 나아가 시리즈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역대 KBO리그 단기전서 늘 객관적 전력이 우수한 팀만 승승장구한 건 아니었다. 언더독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 결과를 떠나 좋은 경기를 했던 사례가 많다.
넥센은 마운드에 약점이 있다. 마무리 김상수, 뒤를 받치는 메인셋업맨 이보근과 오주원 모두 기복이 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서 무난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단 1경기였다. 1~2점 박빙 승부도 아니었다. 여전히 불펜은 넥센의 아킬레스건이다.
심지어 최원태가 팔꿈치 염증으로 올 시즌을 완전히 마감했다. 선발진에도 구멍이 생겼다. 한현희는 시즌 막판 기복이 컸다. 불펜으로 나선 와일드카드시리즈도 썩 좋지 않았다. 단기전서 마운드 불안은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넥센을 보면 쉽게 질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관계자가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시즌 내내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타선에도 부상자가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중위권서 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후로 힘을 내며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강렬하다고 봐야 한다. 와일드카드결정전 엔트리 30인 중 15명이 첫 출전이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슈퍼캐치를 해낸 이정후, 센터라인을 안정감 있게 사수한 김혜성, 심지어 벤치에서 박수만 친 김규민은 "재미 있을 것 같다. 떨리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잘 풀릴 때 똘똘 뭉치는 힘이 강하다. 투수들이 적지 않은 실점을 하고 힘겹게 풀어가더라도 타자들이 특유의 장타력, 클러치능력으로 힘을 내고, 수비에서 버텨낸다. 물론 연패도 하고 흐름이 끊길 때도 있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11연승을 내달린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형사고였다.
장정석 감독은 좋은 기운의 원천을 휴식으로 봤다. 장 감독은 와일드카드결정전 승리 직후 "잔여경기 기간에 3경기만 치르면서 최대한 휴식을 줬다. 내일(17일)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것이다. 잘 쉬면서 잘 준비한 게 컸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휴식으로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었고, 강점을 극대화해 덕아웃 전체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게 올 시즌 넥센 야구다.
이제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다. 1~2경기서 다 쏟아내면 되는 와일드카드결정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판승부가 아닌, 3~5경기를 치르는 단기전이다. 개별 경기의 에너지 분배 및 효율적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마운드에 허점이 있는 건 불안요소다. 마운드에 약점이 있으면 특정 투수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들의 체력을 관리해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전은 흔히 말하는 '추격조'는 의미 없다.
당장 최원태의 공백을 한현희가 채운다. 그럼에도 선발진에 또 한 자리가 빈다. 넥센은 과거 포스트시즌서 3선발로 두 시리즈 이상 연거푸 치르다 선발-불펜 체력저하로 무너졌다. 3선발을 쓰면 그만큼 휴식일이 짧아지고, 선발투수들의 에너지가 빨리 떨어진다. 그러면 불펜투수들 소모도 커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그 부분을 타선이 단기전 매 경기서 완벽히 메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기전은 상대도 매 경기 최정예투수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안우진 혹은 이승호로 4선발을 쓴다고 해도 안정감 측면에서 불안한 건 사실이다. 타선이 어려움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덕아웃도 조용해지고, 특유의 좋은 기운이 떨어질 수 있다.
넥센은 와일드카드결정전서 강점을 극대화하는 야구로 특유의 기세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이젠 긴 호흡이 필요한 준플레이오프. 어떻게 하면 정규시즌 막판부터 계속된 특유의 좋은 기운을 유지할 수 있을까. 넥센 야구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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