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보다 빠른 결실이다.
2017년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넥센은 KIA와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초점은 철저히 김세현에게 맞춰졌다. 2016년 36세이브를 따낸 김세현의 KIA행. 당시 대권을 노리던 KIA의 묵직한 승부수로 해석됐다.
1년 3개월이 흘렀다. 트레이드 손익계산은 2~3년은 지나봐야 정확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KIA만큼 넥센도 재미를 봤다는 점이다. 당시 KIA는 김세현을 영입, 불펜을 강화하면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올 시즌 김세현이 부진했다. 그러나 작년 통합우승만으로도 KIA로선 성공한 거래였다.
그러나 넥센에 1년 3개월 전 트레이드는 훗날 두고두고 재미를 볼 수 있는 거래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 김세현과 유재신을 보내면서 좌완 이승호와 손동욱을 데려왔다. 넥센은 고형욱 단장 주도로 1~2년전부터 좌완 유망주 수집에 총력을 펼쳤다. 1년 3개월 전 트레이드 역시 그 연장선상이었다.
이 트레이드는 올해 5월 말 파문이 벌어진 뒷돈 거래와도 무관하다. KIA가 김세현을 원했지만, 넥센도 이승호, 손동욱을 귀하게 여겼다. 손동욱은 트레이드 이후에도 별 다른 활약은 없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24경기서 2승1홀드 평균자책점 5.16.
그러나 이승호에 대한 기대감은 애당초 남달랐다. KIA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검증된 게 없었다. 그럼에도 넥센은 만 19세의 좌완 이승호를 특별 유망주로 분류했다. 올해 장정석 감독도 수 차례 이승호를 칭찬했다. "내년에는 선발로테이션 진입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승호는 5월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장 감독은 6월에 이승호를 1군에 올려 철저히 관리했다. 부담 없는 추격조에 편성, 조금씩 비중을 늘렸다. 7월 29일 롯데전에 처음으로 연투했다. 때때로 롱릴리프로 활용하거나 긴박한 상황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3연투는 단 한 차례도 시키지 않았다. 투구수, 구속을 서서히 올리면서 재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섬세한 과정.
그리고 포스트시즌 4선발에 배치했다. 최원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러나 기왕 공백을 메울 것이라면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하고 싶은 속뜻이 담겼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3⅓이닝 4피안타 2탈삼진 2볼넷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5볼넷 무실점. 제구 난조가 있었지만, 수준급 투구내용이었다.
장 감독은 4차전에 에릭 해커까지 불펜에 대기시켰다. 내일이 없는 승부. 1회 연속볼넷으로 흔들릴 때 얼마든지 안우진~해커로 계투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1회를 기다리니 기세가 올랐다. 결국 4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았다.
140km대 패스트볼에 각도 큰 체인지업을 보유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체인지업의 낙차가 크면서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빠지지도 않는다. 타자가 속기 좋다. 장기적으로 구종 다양화가 필요하다. 제구 난조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갖고 있는 잠재력이 대단한 게 이번 포스트시즌서 입증됐다.
고형욱 단장은 작년부터 좌완투수 수집을 하면서 고교야구에 좌완 유망주 기근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점에서 넥센은 선제적 대응을 했다. 올 가을에 이 정도로 힘을 보탤 것이라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내년 선발로테이션에 가세, 성적을 떠나 무사히 한 시즌을 보내기만 해도 성공이다. 그러나 이미 올 가을에 넥센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넥센은 창단 후 변변한 토종 왼손선발투수가 없었다. 아직 변수가 많지만, 이승호가 넥센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가을은 그 예고편이다.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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