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그거 하면 못 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OK 저축은행은 KDB생명 시절 수년간 침체됐다. 구단의 비상식적 선수단 관리, 그 과정에서 자주 교체된 코칭스태프.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줄곧 하위권에 전전한 이유다. 신인드래프트서 매년 좋은 선수를 뽑고도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선수가 수 없이 많았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일명 '폭탄돌리기'다. 코트에서 뛰는 5명의 선수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공격을 하면서 슛 찬스가 발생했음에도 슛을 시도하지 않고 패스만 하는 걸 의미한다. 림 자체를 처다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의미 없이 공을 돌리다 24초에 쫓겨 급하게 부정확한 슛을 던지고, 턴오버에 의한 역습을 허용, 무너진 게 수 차례였다. 마치 수 년 전 종영한 장수예능프로그램 가족오락관에서 출연진이 폭탄을 돌리다 시간이 모두 지나면 지는 게임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올 시즌 부임한 정상일 감독은 5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KEB하나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그거 하면 절대 못 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의식을 바꾸고, 실제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 일단 이경은이 신한은행으로 이적하고, 조은주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역할이 축소했다.
자연스럽게 안혜지, 구슬, 진안, 김소담 위주로 중심이 재편됐다. 여기에 지난 시즌 KB에서 박지수와 환상의 트윈타워를 구축한 다미리스 단타스가 합류했다. 정 감독은 "6~7년차 중간라인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분은 경험과 강약조절이 중요한 장기레이스에서 아킬레스건이다.
다만, 개막전서 드러난 OK저축은행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수비리바운드를 잡고 공격 코트로 볼을 연결하고 전환하는 과정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깔끔하고 빨라졌다. 1차적으로 얼리오펜스를 하면서 찬스를 보고, 그 다음에 단타스의 골밑 공격, 단타스와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를 시도했다. 팀 오펜스가 상당히 정리된 부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단타스가 해결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국내선수들이 스크린 이후 공간을 활용해 움직이고, 잘라 들어가고, 패스를 하면서 공간을 넓히면서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1쿼터 하나은행의 압박에 고전할 때 단타스가 샤이엔 파커를 상대로 수 차례 1대1 공격에 성공했다.
그리고 국내 선수들만 뛰는 2쿼터. 구슬이 잇따라 드라이브 인과 외곽포를 만들어냈다. 여전히 수비 스텝이 썩 좋지 않은 강이슬의 약점이 드러난 장면. 그러자 진안도 덩달아 살아났다. 김단비 혹은 백지은을 상대로 잇따라 점수를 만들었다. 전반 막판 구슬의 패스와 김소담의 사이드슛이 깨끗하게 터지면서, 좋은 응집력을 발휘했다.
하나은행은 스리가드를 가동했으나, 기동력과 공격 정확도에서 OK저축은행을 압도하지 못했다. 하프코트 프레스 후 지역방어를 펼쳤으나 OK저축은행의 간단한 패스게임에 무너졌다. 10점차 내외로 벌어졌다. 다만, OK저축은행은 3쿼터에 단타스에게 공이 몰리는 현상을 드러내며 정체했고, 턴오버가 쏟아졌다.
그러나 3쿼터 막판 복선을 깔았다. 외곽슛이 약한 안혜지가 김소담의 패스를 3점포로 연결했고, 3쿼터 종료 3점 버저비터 역시 성공했다. 한 번 흐름을 넘겨줄 때 와르르 무너지던 예년과 다르다는 걸 증명한 장면. 그리고 4쿼터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
OK저축은행은 경기종료 2분53초전 단타스가 더블팀을 당하자 즉시 패스를 내줬고, 국내선수들의 패스에 의해 다시 투입된 볼을 단타스가 마무리하는 장면이 나왔다. 2분24초전에는 노현지가 단타스에게 절묘하게 연결, 단타스의 골밑 득점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파커는 1대1 능력을 갖췄으나 수비에서 단타스를 확실히 제어하지 못하는 약점이 드러났다. 다음 공격서 단타스를 상대로 자유투를 얻어 득점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단타스가 다시 골밑 득점을 올렸고, 구슬이 김단비의 포스트업을 파울 없이 막아냈다.
27.7초전. 단타스의 골밑 공격 이후 비디오판독 끝 노현지가 귀중한 공격리바운드를 따냈다. 14.2초전. 다소 애매한 장면이었다. 한채진이 고아라와 김단비 사이로 페인트존 돌파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고아라의 파울이 지적되면서 한채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그러나 느린 그림상 접촉은 없었다. 이후 하나은행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다. OK저축은행의 89-85 승리. 막판 장면이 다소 애매했으나, 예년의 폭탄돌리기만큼은 확실히 사라질 조짐이 보였다. 출발이 좋다.
[OK저축은행 선수들. 사진 = 수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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