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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백일의 낭군님'은 희한한 작품이었어요. 힘들었지만 행복함이 공존했던 작품이에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의 연출을 맡은 이종재PD를 마이데일리가 만났다. 최종회 평균 14.4%, 최고 16.7%(닐슨코리아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백일의 낭군님'. 이종재PD는 역대급 흥행 기록의 공을 오로지 노지설 작가와 배우들에게 돌렸다. 그저 준비된 자리에서 연출을 한 것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가득했다.
"촬영 내내 힘든 점도 있었지만 웃음이 가득했어요. 특히 이준혁(아전 역) 선배님은 보는 자체가 웃음이에요. 남지현(홍심 역) 씨는 나이가 젊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워낙 좋아서 한번도 인상 찌푸리는 걸 못 봤어요. 도경수(원득 역) 씨도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닌데 중간 중간 대화하고 웃고 하는 모습들이 밸런스가 잘 맞았어요. 이민지 씨, 조성하 선배님 등 너무 화기애애했죠. 이 작품 자체가 희한한 거 같아요. 겉으로 보는 모습과 내면에 갖고 있는 성격들이 완전히 달라요. 정말 의외였어요. 힘듦에 있어서 행복함이 공존하는 거죠. 일은 힘들었지만 사람들 덕분에 그게 희석된 거 같아요."
애정이 들어간 작품인 만큼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연출하지 않았다는 이종재PD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원득(도경수)과 홍심(남지현)의 키스신이었다고. 그는 "키스신과 감정신에 공을 많이 쏟았다. 그런 장면은 더 시간을 많이 두고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 부분들이 잘 되어야 드라마가 살고 색깔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키스신 촬영 때는 제가 컷을 안해서 애들이 힘들어하기도 했죠. 저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웃음) NG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안 나더라고요. 저도 많이 하는 걸 사실 원하지 않아요. 계속 진행하는 건 오히려 나빠질 수 있거든요. 두 사람이 키스신을 찍을 때 NG를 더 안 냈어요. 집중도가 더 강했던 거 같아요."
'백일의 낭군님'의 흥행 비결에는 감성이 묻어나는 연출, 짜임새 있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김기두, 이민지, 이준혁, 조한철, 김선호, 조성하, 한소희, 김재영 등 저마다의 생기가 부여된 각각의 캐릭터 힘도 컸다. 그 중 단연 도경수와 남지현의 로맨스 호흡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젊은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설렘과 절절함을 표현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뒷면에는 이종재PD의 신뢰가 있었다.
"주연 친구들도 대본 연습 초반에는 어느 정도 부담감을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제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했어요. '너도 나를 믿고 나도 너를 믿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요. 연기를 잘하고, 연출을 잘하고를 떠나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뭘 하더라도 진정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의외로 도경수 씨도 바로 포용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편했던 거 같아요. 벽이 있었으면 어색했을 텐데 생각보다 어른스러웠어요."
특히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그룹 엑소의 멤버 겸 연기자 도경수(디오)는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각종 영화, 드라마의 키포인트로 등장했던 도경수는 스스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 편견을 타파했던 것에 이어 한 작품을 온전히 끌고 갈 파워가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종재PD 역시 "도경수는 아이돌로 데뷔한 친구이지만 배우의 길을 좋아하는 친구다. 이미 인정도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에 아이돌이라서 오는 두려움은 없었다"고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 충분히 연기적으로 인정받은 친구인 것 같아서 의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죠. 아이돌이라서 연기가 안 된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현장에서 도경수 씨는 아이돌이라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어요. 도경수 씨는 말이 많이 없지만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는 친구에요. 맑아요. 눈도 되게 맑잖아요.(웃음) 생각도 깊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진실해요. 그래서 오히려 이 드라마와 더 맞을 것 같았어요. 율과 원득 캐릭터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었거든요. 웃을 때는 원득이처럼 해맑게 웃고 무게 있을 때는 율처럼 무겁고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착한 사람들과 행복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모토를 전한 이종재PD는 "저도 도경수, 남지현이라는 친구를 믿고 따라가야 하고 그 친구들도 저를 믿고 따라오는 게 제게 굉장히 중요했다"며 "다행히 기대에 부응해줬다. 도경수 씨, 남지현 씨 모두 자기 몫을 해준 친구들이라 제게 너무 고마워요. 이 드라마에 와줘서 고맙다"고 넘치는 애정을 표현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즐거운 사람', '좋은 사람', '진심을 다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또 언제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당연히 부담도 되지만 제가 빨리 떨쳐야 하는 부분이죠. 솔직히 영향이 많이 남긴 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스타PD란 말도 저는 좋아하지 않아요. 다음 드라마가 안 되면 또 바뀌나요?(웃음) 전 그저 이번 작품이 잘 되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연출자에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백일의 낭군님'이 탄생한 거니까요. 제가 스타 PD가 된 게 아니라, 드라마가 스타가 됐고 저는 그 일원이에요. 같이 하시는 모든 분들이 앞으로도 더욱 잘 되면 좋겠어요."
[사진 =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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