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그야말로 짧게 쥔 배트의 반전이다.
이번 시리즈 두산의 최대 고민은 터지지 않는 타선이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지만 이렇게 타격이 풀리지 않은 적은 없었다. 경기 전까지 오재일(타율 .091), 김재호(.182), 박건우(.000), 정수빈(.214), 허경민(.231) 등 주축 전력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시즌 내내 보이지 않았던 외국인타자의 공백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여기에 4번타자 김재환은 3차전에 앞서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타순을 대폭 개편했다. 허경민-정수빈 테이블세터에 최주환-양의지-김재호 순의 새로운 클린업트리오를 꾸렸다. 부진한 박건우는 6번으로 하향 조정. 좌익수 자리는 일발 장타가 있는 백민기에게 맡겼다. 김 감독은 “타순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결국은 쳐야 이긴다”라고 타자들의 분발을 기원했다.
그러나 이날도 타격은 풀리지 않았다. 1회 1사 후 정수빈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양의지의 안타와 도루로 2사 2, 3루가 됐지만 김재호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3회 정수빈-최주환의 연속안타로 얻은 2사 1, 2루에선 양의지가 헛스윙 삼진으로 침묵.
4회 1사 후 박건우가 마침내 한국시리즈 첫 안타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도루 실패로 찬물을 끼얹었고, 6회에는 선두타자 최주환의 안타에 이어 양의지가 병살타를 쳤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6회 2사 후 김재호의 타구가 유격수 김성현으로 향했고, 박건우는 2회와 7회 모두 정타를 만들어냈지만 타구가 외야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8회 무사 1루에선 허경민의 안타성 타구가 김성현의 호수비에 막히며 야수 선택이 됐다.
패색이 짙던 8회초 드디어 해결사가 등장했다. 0-1로 뒤진 8회 1사 1루서 등장한 정수빈은 볼카운트 2B1S에서 산체스의 153km 낮은 강속구를 받아쳐 짜릿한 우월 역전 투런포로 연결했다. 정수빈은 홈런 직후 두 손을 번쩍 들고 역전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수빈은 이번 시리즈 방망이를 평소보다 짧게 쥐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장타력보다는 정확한 컨택을 바탕으로 한 출루에 비중을 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강속구 투수 산체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만들어냈다. 두산은 정수빈의 홈런에 힘입어 SK를 2-1로 꺾고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짧게 쥔 배트가 이뤄낸 반전이다.
[정수빈. 사진 = 인천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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