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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골밑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
KT 서동철 감독이 오리온 수석코치를 맡다 KB로 옮긴 게 2013년 3월 말이었다. 작년 여자대표팀, 올해 잠시 모교 고려대학교를 맡다 KT 지휘봉을 잡기까지 5년이 걸렸다. 서동철 감독은 8일 KGC전을 앞두고 "남자농구가 달라진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외국선수다. 서 감독이 삼성, 오리온에서 코치를 할 때 외국선수 신장제한이 없었다. 즉, 단신 외국선수에게 롤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하고, 팀 전력에 활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서 감독에겐 익숙하지 않은 작업.
시행착오가 있었다. 조엘 에르난데스는 기량 미달로 결론을 내렸다. 서 감독이 시즌 초반 가장 잘 한 게 데이빗 로건의 발 빠른 영입이다. 장신 외국선수 마커스 랜드리도 서 감독의 안목이 통한 케이스. 결국 KT는 시즌 초반부터 외국선수와 국내선수의 조화를 앞세워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서 감독은 "이 팀은 승부처서 득점을 해줄 외국선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로건은 해외리그를 돌며 일찌감치 봐뒀다. 랜드리도 기량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즉, KT의 시즌초반 순항에 사령탑이 부임하자마자 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점, 주어진 환경에서 전력을 극대화한 점이 결정적이다.
김현민, 김민욱, 양홍석 등 토종 4번이 있다. 그러나 확실한 빅맨은 없다. 대신 허훈을 필두로 김명진, 조상열, 박지훈의 가드진, 베테랑 포워드 김영환이 있다. 서 감독은 허훈과 두 외국선수를 축으로 뒀다. 그런 다음 국내 가드진, 포워드들을 적절히 배치해 스페이스 농구를 구현한다. 코트를 넓게 활용하면서, 스크린과 패스게임을 통해 외곽슛이 좋은 두 외국선수와 조상열, 김영환 등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특히 시즌 초반 조상열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클러치 득점이 필요할 땐 외국선수들이 나선다. 랜드리와 로건은 외곽슛에 강점이 있지만, 슛만 고집하지 않는다. 랜드리는 돌파와 패스능력도 갖췄다. 로건과의 2대2도 돋보인다. 로건은 슈터지만, 경기조율도 맡는다. 서 감독은 "슛에 강점이 있으면서도 이것저것 할 줄 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KT는 시즌 초반 3점슛 시도도 많고, 성공률(37.7%, 2위)도 높다. 공격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평균 90.3점으로 2위. 4쿼터 막판 클러치능력 부재가 해결됐다. 그 결과 시즌 초반 2위까지 치솟았고, 6위권 안쪽에 머무른다. 서 감독은 "어떻게든 지금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외부의 몇몇 관계자는 "KT는 지금 순위보다 조금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스페이스 농구 시대라고 해도 농구의 매커니즘상 외곽슛 위주의 컬러를 가진 팀은 장기레이스에서 언젠가 애버리지가 떨어질 수 있다.
서 감독은 "리바운드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주로 외곽에서 활동하는 외국선수를 선발했으니 국내 장신포워드들에게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를 맡겼고, 준비시켰다. 그러나 정통 외인 빅맨, 토종 센터를 갖춘 팀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서 감독은 "그래도 리바운드를 곧잘 잡는다"라면서도 "그만큼 상대에 리바운드를 자주 빼앗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내준 뒤 실점하는 걸 경계했다. 수비에 성공한 뒤 정작 공격리바운드를 내줘 2~3차 공격을 막지 못하면 경기흐름이 넘어간다. 사기는 떨어진다. KT는 올 시즌 잡은 리바운드 37.1개, 내준 리바운드 37.6개다. 리바운드 마진이 좋은 편은 아니다.
또 하나. 실점이 경기당 95.4점으로 리그 최하위다. 즉, 시즌 초반 KT는 많이 넣고 많이 내준다. 이 대목에서 서 감독의 고백이 뼈 아프다. 그는 "수비를 조금씩 변형하는 걸 좋아하는데, 몇몇 선수의 이해력이 약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삼성, 오리온 코치 시절 수비전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KB에서 양궁농구를 하던 시절에도 적절한 변형 지역방어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현재 KT에선 쉽지 않다. 멤버구성을 보면 딱히 수비에 특화된 선수를 찾기 힘들다. 멤버구성, 매치업상 골밑에서 트랩이나 더블팀,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KT는 2013-2014시즌을 끝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다. 남자농구로 돌아온 서 감독이 KT와 함께 봄 농구를 꿈꾼다. 서 감독은 "앞으로 골밑 열세를 극복하는 것과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서동철 감독(위), KT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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