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도, 실책도 사라졌다. 그래서 SK에 희망이 있다.
SK는 홈런의 팀이다. 2017년 233개, 2018년 234개로 압도적인 1위.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다르지 않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1~5차전서 무려 13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5차전서도 5개의 홈런을 때렸다.
흥미로운 건 올해 포스트시즌 10경기서 상대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6경기 중 5경기서 이겼다는 점이다. 반면 상대보다 홈런을 적게 터트리거나, 상대와 같은 개수의 홈런을 치거나, 아예 홈런을 치지 못한 총 4경기 중 3경기서 패배했다.
즉, SK에 홈런은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대로 홈런을 치지 못하면 승률이 떨어지는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실제 페넌트레이스서도 과도한 홈런 의존도가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정, 제이미 로맥, 한동민, 김동엽 등 홈런타자가 즐비하다. 이들이 홈런을 펑펑 때리면서 이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야구에서 매 경기 많은 홈런을 치면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은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드는 무대. 강타자들이 집중견제를 당한다. 홈런타자들이 홈런가뭄에 시달리는 모습이 매년 나타난다.
그럼에도 SK는 포스트시즌조차 남다른 홈런생산력을 과시했다. 10경기서 18홈런. 대단한 수치다. 다만, 승리가 최대미덕인 포스트시즌서 홈런 외의 루트로 상대를 누를 수 있다면 그만큼 해당 시리즈를 장악할 힘이 커진다.
그래서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는 의미 있었다. 위에서 지적한 상대보다 홈런을 적게 치거나, 같은 개수의 홈런을 터트리거나, 아예 홈런을 뽑아내지 못한 4경기 중 처음으로 승리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SK 타선은 5차전서 세스 후랭코프에게 꽁꽁 묶였다. 그러나 0-1로 뒤진 7회 찬스서 승부를 뒤집었다. 좌익수 정진호의 실책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해도 SK 타자들의 응집력이 뛰어났다. 8회에도 2점을 추가했다. 그 사이 불펜 핵심 앙헬 산체스와 김태훈이 두산 타선을 묶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줬다.
SK는 홈런만큼 실책의 임팩트도 컸다. 정규시즌서 116개의 실책으로 최다 2위.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4개의 실책을 했다. 실책을 하고, 홈런으로 덮으면서 최대한 승수를 챙기는 게 SK의 고유 컬러. 그러나 5차전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무실책 경기. 1차전의 경우 실책은 없었지만, 홈런은 있었다. 그러나 5차전은 홈런도 실책도 없었다. 타선의 출루, 연결, 해결과 건실한 수비, 철벽계투로 투타 밸런스를 맞췄다.
화려함 대신 건실함과 촘촘함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물론 페넌트레이스서도 홈런과 실책 없이 이긴 케이스가 많았다. 그러나 단기전, 특히 한국시리즈는 다르다. SK가 승리로 가는 다양한 루트를 보여준 건 그만큼 우승 확률을 높였다는 뜻이다.
6~7차전은 다시 잠실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가장 큰 야구장. 홈런을 칠 수 없는 곳은 아니다. SK로선 홈런을 펑펑 때리고 우승을 확정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홈런을 치고 싶다고 해서 펑펑 나오는 곳은 아니다. SK는 이미 5차전서 홈런과 실책 없이 이기는 경험을 했다. 5차전처럼만 하면 잠실에서 업셋 우승도 가능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중요한 경기서 홈런 없이 이겼다. 이기고 지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베테랑들이 하나로 조화롭게 뭉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K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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