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몸 상태가 된다면 6차전이든 7차전이든 나가고 싶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잔여일정에 토종에이스 김광현을 활용할까. 활용한다면 어느 시점일까. 혹시 김광현이 SK의 8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서 환호할 수 있을까.
김광현은 9일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6~7차전은 12~13일 잠실에서 열린다. SK가 선발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운용한다면 김광현이 잔여경기에 나설 일은 없다. 더구나 올 시즌 SK는 김광현을 단 한 차례도 나흘 휴식 후 닷새만에 등판시키지 않았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철저히 관리했다.
그런데 이 무대는 한국시리즈다. SK는 2010년 이후 8년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잠실 6~7차전 중 한 경기만 잡으면 된다. 사령탑으로선 얼마든지 김광현의 구원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6차전은 무리다. 극적으로 구원 등판이 성사된다면 7차전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마저도 보호 차원에서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SK가 우승을 눈 앞에 둬야 한다.
김광현의 의지는 강하다. 10일 5차전을 앞두고 "몸 상태가 된다면 6차전이든 7차전이든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물론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 상태가 좋지 않다면 솔직하게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말씀 드릴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KBO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다. 투수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김광현은 8년 전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하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2010년 10월 19일 대구구장. 4-1로 앞선 8회말 1사에 마무리투수로 등판, 1⅔이닝 4탈삼진 3사사구 1피안타 1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당시 김광현이 삼성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한 뒤 포수 박경완을 향해 90도로 인사한 장면이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를 향한 존경심, 감사함의 표현이었다. 김광현이 90도 인사 후 고개를 들자 박 코치가 마운드로 달려가 김광현의 품에 안겼다. 야구 팬들에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8년 전처럼 또 다시 자신의 왼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면, 또 어떤 인상적인 세레머니가 나올까. 김광현은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추천 좀 해달라"고 말했다. SK가 8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을 남겼으니 한번쯤 상상해볼 여지도 생겼다.
김광현의 6~7차전 불펜등판 의지에는 어떻게든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은 진심이 담겨있다. 힐만 감독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좋은 그림을 선택할까. 실리를 택할까. 우승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김광현의 건강도 소중하다.
KBO리그는 기억과 추억을 먹고 산다. 김광현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아예 고려 자체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8년 전 우승 당시 김광현과 박경완 배터리코치(위), 김광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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