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고동현 기자] 무대만 같을 뿐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SK 와이번스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기쁨을 누렸다.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재원은 소속팀의 '왕조 시절'을 함께 한 선수다. 당시에는 '포수'보다 '타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좌완투수를 상대로 워낙 강한 모습을 보여 좌완 상대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거나 중요한 순간 대타로 나섰다.
이재원은 항상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왕조 시절'에는 박경완이라는 범접불가의 포수가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정상호, 조인성 등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재원에게는 넘기 쉽지 않은 벽이었다.
이로 인해 이재원은 '포수로서는 끝났다'는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4번 타자 포수'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포수 이재원'을 되살린 인물이 현재 두산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이라는 것. 당시 SK 배터리 코치였던 김태형 감독은 이재원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이는 이재원의 2014년 인터뷰에 잘 드러난다.
2014년 이재원은 "작년까지 거의 포수를 안하다보니 팬들에게도 '포수로는 끝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아쉽지만 현실이 그런 것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때 김태형 코치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코치님께서 '너를 끌고 가지 않겠다. 잘할 수 있도록 밀어줄 것이다. 못 하더라도 버팀목이 돼줄테니까 너의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2014시즌부터 SK로 주전포수로 거듭난 이재원이지만 이후에도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에 못미치며 이성우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타율 .242 9홈런 42타점이 그의 성적이었다.
이재원은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했다. 그는 마무리캠프에 다녀온 뒤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캠프 때 회식 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하자'고 건배 제의를 했다.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경기에 많이 나가고 3할에 두 자릿수 홈런은 치고 싶다. 수비도 올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 올해 너무 부진했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독하게 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 후 1년. 당장 내년이 아니라도 좋다던 우승은 길지 않은 시간에 현실이 됐다. 또 바람이었던 3할(.329)과 두 자릿수 홈런(17개) 역시 어렵지 않게 이뤄냈다. 포수 본연의 역할 역시 충실히 해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한 이재원에게 마지막 우승 기쁨은 2008년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맛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당시보다 역할은 더 막중해졌으며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며 이뤄낸 우승이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됐다.
[SK 이재원. 사진=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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