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KCC가 아름다운 농구를 했다.
KCC는 17일 DB전을 앞두고 6승8패로 7위. KCC 추승균 전 감독의 사퇴는 단순히 승패, 순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내용, 정확하게는 브랜든 브라운에게 과도하게 의존한, 단조로운 농구를 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경질이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은 경기 전 "DB가 많이 뛰는 팀이지만,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DB의 2대2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수비가 중요하다. 4쿼터에는 마퀴스 티그도 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그먼 감독대행이 한 배를 탔던 전임 사령탑의 스타일을 부정하긴 어렵다. 다만, 분명히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고, 실제 경기서 드러났다. 오그먼 대행은 선발라인업부터 유현준과 김민구, 이정현을 동시에 기용했다. DB 특유의 업템포에 스리가드로 맞불을 놓은 것. 여기에 장신 포워드 송교창과 브랜든 브라운을 배치했다.
1쿼터부터 흥미로운 농구를 했다. 이정현과 브라운이 변함 없이 중심을 잡았다. 그런 상황서 유현준이 송교창의 3점포를 도왔고, 김민구는 드라이브 인으로 점수를 만들었다. 1쿼터 중반에는 티그와 박세진이 동시에 등장했다.
2쿼터에는 최승욱, 송창용, 3쿼터에는 김국찬이 잇따라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브라운과 이정현이 4쿼터 승부처를 대비, 체력안배를 하기도 했다. DB 마커스 포스터가 국내 롤 플레이어들과 함께하는 업템포 농구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2쿼터에는 브라운이 티그의 컷인 득점을 도왔고, 송교창은 골밑에서 미스매치 공격에 성공했다.
물론 중요한 상황서 이정현이 중심을 잡았다. 스크린을 타고 골밑을 판 뒤 특유의 리너슛을 터트렸고, 3점포까지 깔끔하게 만들었다. 브라운에게 의존하거나, 브라운과 국내선수들의 리듬이 끊기는 현상이 전혀 없었다. 국내선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 들어 브라운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시도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
오그먼 대행은 그만큼 국내선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했다. 기본적으로 국내 롤 플레이어들을 풍부하게 활용하면서, 하승진의 빈 자리를 업템포와 움직이는 농구로 메웠다. 그러면서 이정현과 브라운이 흐름을 잡아주는 득점을 해냈다. 중심이 잡히면서, 스코어를 떠나 내용까지 알찼다. 기자가 취재하며 따로 작성하는 기록지에 그 어느 경기보다 KCC 선수들의 이름이 다양하게 적혔다.
운명의 4쿼터. 경기종료 7분37초전. 이날 단 1초도 뛰지 않은 전태풍이 등장했다. 브라운이 턴오버를 범하고, 포스터의 속공을 막다 파울을 범한 뒤 다음 공격서 오펜스파울까지 범한 상황. 흐름이 DB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포스터가 5분24초전 3점포로 승부에 균형을 맞췄다.
그러자 KCC는 베테랑들이 움직였다. 5분3초전 전태풍의 패스를 받은 이정현이 전태풍의 스크린을 타고 정면 3점포를 뱅크슛으로 터트렸다. 브라운의 골밑 득점에 이어 2분46초전 전태풍이 다시 스크린을 타고 중거리슛을 터트렸다. 1분56초전에는 브라운이 탑에서 포스터의 공을 툭 치며 스틸, 속공 득점을 올렸다. 5점차로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한 순간이었다. 결국 KCC의 89-79 완승.
결과보다 내용이 알찼다. 풍부한 국내 선수층을 최대한 활용했다. 스크린과 패스게임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템포까지 끌어올렸다. 그런 다음 승부처에 브라운, 이정현에 전태풍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KCC가 할 수 있는, 반드시 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기였다. 승패를 떠나 아름다운 농구였다.
[KCC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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