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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남녀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새드엔딩을 선사했다. 다만, 배우 서인국(김무영 역)과 정소민(유진강 역)을 향한 먹먹한 그리움을을 남기며 아름답게 매듭지었다.
22일 밤 방송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 연출 유제원/이하 '일억개의 별)이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김무영(서인국)과 유진강(정소민)은 어쩌면 예견됐던 비극적인 죽음으로 함께 눈을 감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어린 시절 기억에 한층 더 가까워지며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김무영과 유진강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진강과 자신이 친남매라고 알고 있었던 유진국(박성웅)의 고백을 통해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과 진강에게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사람이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며 여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장세란(김지현)을 죽이면서 살인자가 된 무영이었기에 동시에 자살을 결심했다.
진강 또한 무영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았다. 그리고 무영이 스스로 숨을 거두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무영은 흔들리며 "나도 살고 싶다"고 속내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이 때, 두 사람은 복수심을 품은 장세란의 아버지 비서에 의해 총을 맞았다. 진강이 무영을 대신해 몸을 날렸고 뒤이어 무영이 총을 맞았다.
쓰러진 무영은 모든 힘을 쏟아 부으며 진강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고 눈물을 흘렸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무영의 말에 진강은 "사랑해 나도"라고 답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눈을 감았다. 사랑이라는 삶의 이유를 마주한, 비로소 살고자 결심했던 그 순간, 죽음을 맞이한 것. 홀로 남은 진국은 오열하며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일억개의 별'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수많은 수상 경력,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원작 리메이크에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을 연출하며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한 유제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 팬들의 기대감을 잔뜩 높였지만 방송가 안팎으로 우려가 컸다. 원작에는 근친상간, 자살 등 다소 국내 정서와는 반하는 소재가 다수 포진되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방영 전 유제원PD는 "원작에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불편한 지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작품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해 염려를 지웠지만 원작에 깔린 짙은 비극적인 서사와 어두운 분위기,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 등은 '일억개의 별'에도 고스란히 표현됐다. 결국 다수의 시청자들은 보다 더 접근이 쉬운 경쟁 작품에 눈을 돌렸고 '일억개의 별'은 2%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을 지속했다.
하지만 '일억개의 별'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았다. 드라마는 한국적인 정서를 꾸준히 가미하며 소신 있게 전진했고, 만듦새 있는 작품으로 이어졌다. 드라마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는 매니아들도 다수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이날 전파를 탄 결말 부분은 송혜진 작가의 뛰어난 변주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일본 원작드라마에서는 남녀주인공이 실제 친남매가 맞다. 여주인공은 일련의 사건으로 남주인공을 오해, 그를 죽이고 진실을 알게 된 뒤 자살을 하는 끝맺음이다. '일억개의 별'은 원작이 가진 뿌리를 흩트려 놓지 않으면서도 근친상간과 자살 등의 이야기를 영리하게 피해갔다.
더불어 '인생캐'라 불릴 만큼의 열연을 펼친 주연 배우들의 합 역시 매니아 형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군면제 논란으로 대중에게 날선 시선을 받던 서인국은 '일억개의 별'로 다시 한번 지지 기반을 다졌다. 그는 모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자신마저 사랑할 줄 모르는 냉혈한이지만 그 안의 곪아 있는 상처를 뼈아프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연민을 유발했다.
극중 정소민을 사랑하게 되면서 한 뼘 성장하는 서인국의 모습은 기어코 그를 신경 쓰게 만들 수밖에 없는 하나의 매력으로 전환됐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멍뭉미', '로코 남신'이라는 귀여운 호칭을 거머쥐었던 서인국이 또 한번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제 손으로 스펙트럼을 확장시킨 셈이다. 정소민 또한 마찬가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놀라운 연기 성장을 보여줬던 정소민은 '일억개의 별'에서 처연함이 가득한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특히 닿고 싶지만 계속해서 멀어지는 남자 서인국을 향한 절절함과 오열은 안방극장에 눈물바다를 가져왔다.
통상적으로 해피엔딩이 당연한 국내 드라마 환경에서 '모험'이라고 불렸던 새드엔딩을 선택한 '일억개의 별'이다. 그럼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무영과 진강의 발걸음을 함께 했던 시청자들이 비극으로 달려가는 과정을 끈질기게, 섬세하게 파고든 제작진의 노력을 읽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일억개의 별' 후속으로는 배우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가 방송된다. 오는 28일 첫 방송.
[사진 = tvN 방송화면,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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