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이야기를 시작하며
2018년 축제의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다. 가을 축제와 겨울 축제, 분명히 다른 특화된 무엇인가가 있을 법한데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과 엔딩 음악은 여전히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그 행간에 담기는 콘텐츠도 뻔하다. 현수막에 적힌 축제의 횟수만 다를 뿐, 그러니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무슨 일에 종사하던지 간에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축제 총감독이란 직함으로 10년 넘게 뛰다 보니 모든 지역 축제가 유리알처럼 들여다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잘 보인다는 것. 분명히 더 흥할 수 있는 요소와 콘텐츠가 많은데 이를 살려내지 못하고 대부분의 축제가 평균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독일 옥토버 페스트나 중국의 하얼빈 빙등 축제, 브라질의 삼바 축제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필자는 경남 남해 보물섬 마늘축제, 전남 보성 녹차 축제, 경남 함양 산삼축제, 서울 마포나루새우젓축제, 노량진수산시장 도심 속 바다축제, 강원 양구배꼽축제, 경남 산청곶감축제 등의 메가폰을 잡은 경험이 있고, 대한민국 축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또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보니 지역축제의 자생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쓴 소리를 하려고 붓을 잡았다.
영월 ‘동강겨울축제’가 던진 화두
씁쓸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동강겨울축제 개최가 2년 연속 무산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영월만의 독창적인 겨울축제 아이템을 찾지 못해 아예 축제 예산을 반영하지 못한 것. 군은 문화재단과 3회에 걸친 회의를 열고 축제 기본 계획안과 이상기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축제 아이템을 모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다가 군의회의 목소리도 한몫을 한 거 같다. 축제 성과 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작용하면서 집행부가 제출한 축제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해버린 것. 군 관계자는 “앞으로 아이템 보강을 통해 내년에는 개최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개최도 안개 속일 수 밖에 없다. 영월 동강은 그냥 강물이 아니다. KBS 1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한국탐사시리즈 ‘동강’편은 방송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그 후로 많은 프로그램에서 동강의 사계절을 담아냈다. 사계절 모두가 아름다운 동강은 겨울에 특히 빛을 발한다. 이상기온과 타지역과 차별화된 겨울콘텐츠가 없다는 게 ‘동강겨울축제’ 개최를 무산시킨 이유라지만 이는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군행정과 군의회의 불협화음과 축제 진행 당사자들의 이해타산이 첨예하게 맞물려 잘 키우면 효자가 될 수 있는 ‘동강겨울축제’가 시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위기에 몰린 지역 축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 지역 주민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며,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픈 이들의 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지역축제가 부침을 거듭하다가 사라진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K-POP처럼 떼창을 하게 만들어야야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는 K-POP이 아닐까 싶다. 굳이 방탄소년단을 예로 들지 않아도 외국인을 붙잡고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 물으면 십중팔구 K-POP이라고 한다. 우리 K-POP은 감상용 음악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동참의 음악이다. 바로 내가 떼창과 떼춤의 주인공이기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다. 필자는 감히 우리 지역축제도 떼창과 떼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자부한다. 시들어가는 지역축제를 살려낸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이라도 봐도 좋다.
해마다 큰 성황을 이루는 ‘노량진 도심속 바닷축제’는 필자가 기획해서 첫 단추를 끼웠던 축제다. 처음 시작은 미미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콘텐츠가 채워지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데 ‘노량진 도심 속 바닷축제’의 성공요인은 오감만족에 있다. 웃고 즐기고 먹고 보고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때문에 입소문이 나면서 눈덩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것이 축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축제 총감독직을 맡으면 가정 먼저 어떤 콘텐츠로 떼창을 부르게 만들가를 고민한다.
축제는 살아 있는 생물(生物), 펄떡펄떡 기운차게 움직이는 활어(活魚)와 다름없다. 그렇기에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 치고 나가는 박력과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유명가수로 무대를 채운다고 해서 축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전문제로 독이 될 수 있다. 모든 상황과 변수를 염두에 두고 머리로 생각하며 발로 뛰어야 그 축제가 생명력을 얻는다. 필자는 마포나루새우젓축제총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최다관객수를 기록했다. 67만명이 마포나루새우젓축제 현장을 다녀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런 결과를 낳기까지 그 고생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는데 그 중에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외부의 간섭이다.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활어 같은 축제에 외부의 입김이 들어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총감독의 끼와 열정, 노하우가 간섭을 받게 되면 그 축제는 박제가 되고 만다. 영월 동강겨울축제가 던진 화두는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소문난 잔치 내실화를 위한 해법
서두에 잠깐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지역 축제 거의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다.
어느 축제나 진행은 비슷하고 현장 공간 구성도 획일화되어 있다. 모든 지차제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다른 지역 축제를 베껴서 날로 먹고 있다 보니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내실은 없다. 국민의식이 높아진 만큼 이제 그런 축제는 설자리를 잃어갈 것이 분명하다. 농어촌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지역 축제마저 사라진다면 지역의 활력은 뚝 떨어지고 말 것이다. 지역문화의 가치와 잠재력을 알리는데 지역축제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그런 만큼 지역 축제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단체장들의 중요한 책무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지차제가 개별입찰하거나 공무원들이 기획 연출을 진행 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축제를 둘러싸고 지역주민의 이해타산과 안주의식이 맞물리면서 흥(興) 할 수 있는 축제가 망하는 길로 가면서 동네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가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축제도 마찬가지다. 잘 키워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그 지역이 대대로 잘 살 수 있다. 독일 옥토버 페스트나 중국의 하얼빈 빙등 축제, 브라질의 삼바 축제가 차지하는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급해진다. 오늘 필자가 전하는 축제이야기의 핵심은 ‘축제는 전문가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외부자문 위원들과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지역자문위원단이 주축이 되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뚝심 있게 축제만을 바라보고 가는 기획연출자를 총감독으로 위촉, 마음껏 재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진제공 =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 서울 마포나루새우젓축제를 비롯 10여개 지역 축제 총감독 역임
- (現)대한민국 축제 자문위원
-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제이스토리미디어대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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