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부상에 장사 없는 걸까. '최장수 외국선수'로 KBL 역사를 새로 써왔던 서울 SK 포워드 애런 헤인즈(37.199cm)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막판 무릎부상을 입은 헤인즈는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에 만만치 않은 기간이 소요되지만, SK는 고심 끝에 헤인즈와 인연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서 대체외국선수로 합류, V2에 기여한 제임스 메이스도 검토 대상이었으나 몸 상태와 조직력 등 다방면에서 고심한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헤인즈는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 가장 큰 장기인 리바운드 이후 속공 전개, 베이스라인 돌파의 위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SK 역시 헤인즈가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했지만, 예상보다 더디다. 적어도 현재까지 시너지효과는 기대 이하다.
일각에서는 '헤인즈의 시대가 저무는 것인가?'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하자 헤인즈는 반문했다. "평가는 내가 100% 회복됐을 때 해도 늦지 않다"라며 말이다.
▲ 외국선수 최초의 1만 득점, 그리고 부활
KBL 출범 후 1만 득점은 서장훈(전 KT), 김주성(전 DB), 추승균(전 KCC) 등 단 3명만 달성한 금자탑이었다.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은 외국선수 신분으로 이를 달성하는 것은 '다른 나라 얘기'로 여겨지기도 했다. 평균 30득점을 기록한다 해도, 결장 없이 6시즌 이상 소화해야 도달할 수 있는 대기록이니 말이다.
적어도 헤인즈가 등장하기 전까진 그랬다. 2008-2009시즌에 에반 브락의 대체외국선수로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헤인즈는 이후 많은 팀을 거치며 2018-2019시즌까지 KBL에서 활약하고 있다. 덕분에 외국선수 최초의 1만 득점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평균 16.3득점이라는 올 시즌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헤인즈의 1만 득점은 4라운드 중반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이 보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인다면, 달성 시점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진다. 다만, 헤인즈가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은 1만 득점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 SK로 돌아왔다. 당시 기분은 어땠나?
"집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없었지만, 헤인즈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장 밝게 웃었던 순간이다.
-SK는 지난 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지만, 부상을 당해 플레이오프 내내 함께하지 못했다. 아쉽진 않았나?
"물론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라도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응원했고, 연락도 했다.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했지만, SK가 우승을 차지해 나 역시 기분 좋았다."
-아직 전체적인 경기력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다. 팀에서도 점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을 계획으로 두고 있던데, 현재 어느 단계라 할 수 있나?
"정확하게 수치로 설명하는 것은 힘들다. 다만, 나는 1년 중 단 2주만 빼고 매일 농구를 해왔다. 그런데 지난 8개월 동안 농구를 쉬었으니 아직 순발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다. 통증은 없지만, 몇몇 동작은 몸이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농구선수가 복귀하기 위해선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리지만, 나는 8개월 만에 돌아왔다.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나는 자신 있다. 다만, 팀이 연패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인데, 나의 농구인생에 있어 가장 큰 굴곡을 겪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통산 1만 득점까지 단 274득점 남았다.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인데, 외국선수 최초의 1만 득점을 앞둔 소감은?
"KBL에서 1만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몇 명인가? (국내선수만 3명 달성했다고 하자)팬들이 얘기해줘서 기록에 근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원래 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다. 며칠 전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는데, 팀이 지면 의미가 없는 기록이다. 내가 10득점도 못 넣는다 해도 팀만 이기면 된다. 내가 25~30득점해도 팀이 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물론 내가 KBL에서 1만 득점에 근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구단,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기록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겠다. KBL 최초의 2시즌 연속 득점 1위, 외국선수 최초의 1만 득점, 최장수 외국선수 가운데 가장 의미가 있는 기록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외국선수 교체가 잦은 리그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1만 득점과 최장수 기록은 연관성이 있는데, 굳이 한 가지만 꼽자면 '최장수 기록'이다."
-KBL에서 가장 많은 기록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외국선수로 기억될 텐데,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기록이나 목표가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바란다. 은퇴하기 전 (우승)반지 하나를 추가하고 싶다."
-최근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많다. '헤인즈의 시대가 저무는 것인가?'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완벽한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까?
"몸 상태가 100% 회복된다면, 그때 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줬으면 한다. 나이만 많을 뿐, 나는 기동력을 비롯한 최상의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 보너스 원샷
-국내선수들을 대상으로 KBL 베스트5를 꼽는다면?
-포인트가드 양동근(현대모비스) : "나 스스로 운동에 열심히 임하는 선수라 생각해왔는데, DJ(양동근)는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는 선수다. 기록이 아닌 팀을 위해 뛰는 선수라는 점도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슈팅가드 강혁(전 전자랜드) : "슈팅가드라…. 한국은 슈터가 너무 많은데…. (한참 고민한 끝에)강혁이다. 클러치타임에 좋은 슈팅능력을 보여줬지만, 누가 뭐래도 강혁의 가장 큰 장점은 2대2였다."
-스몰포워드 이규섭(전 삼성) : "큐(이규섭)는 3~4번을 모두 넘나들 수 있는 포워드였다. 슛이 정말 괜찮은 선수였다."
-파워포워드 김주성(전 DB) : "최근 2~3시즌은 아무래도 경기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KBL에 왔을 당시 김주성은 전성기를 달리던 선수였다. 그때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센터 이승현(상무) : "오세근, 이승현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승현을 꼽겠다. 오세근도 좋은 선수지만, 이승현은 열정과 슈팅능력을 두루 갖춘 빅맨이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매직 존슨을 동경해 대부분의 시즌 때 32번을 등번호로 사용했다고 들었다. 매직 존슨을 롤모델로 꼽았던 이유는?
"코비가 등장하기 전까지 NBA 최고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못하는 게 없는 선수였다. 기록에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는 팀이 이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자유투라인을 기준으로 오른쪽 지점에서 자유투를 던지던데, 특별한 루틴인 것인가?
"왼손잡이라 그렇게 던지는 게 더 편하다. 언젠가부터 습관이 됐다. 예전에 DJ, 마이카 브랜드가 내 슛 자세를 흉내 내며 놀렸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내 자유투 덕분에 팀은 많이 이겼다."
-자유투 얘기하니 떠오르는 추가 질문! SK를 떠나기 전이었던 2014년 12월 17일의 일이다. 경기종료 직전 전준범에게서 결정적인 추가 자유투를 얻어냈다. 하지만 그 자유투를 못 넣었고, 결국 SK는 1점차로 패했다.
"기억난다. 그날 숙소로 돌아온 후 밤새 자유투를 연습했다.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모비스는 본헤드플레이를 한 전준범을 두고 '전준범데이'를 만들기도 했는데?
"Wow. Crazy …."
[애런 헤인즈.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SK 농구단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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