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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누나가 돌아왔다.
1997년 SBS 슈퍼 엘리트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한 현영은 2004년부터 방영된 KBS 2TV '여걸파이브', '여걸식스'를 통해 독보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 버라이어티와 연기 활동에 매력을 느꼈던 그가 직접 발로 뛰며 일군 귀중한 순간이었다.
당시 흔하지 않았던 애교 가득한 콧소리는 현영만이 소유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로 구축됐고, 특유의 활기참은 남심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발산됐다. 이후 그는 '헤이헤이헤이2', '삼색녀 토크쇼', '식신원정대1', '스친소 서바이벌', '무한걸스 시즌2', '식신로드', '비타민' 등 수많은 버라이어티와 토크쇼를 넘나들며 방송인으로서의 역량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 최고의 MC에게 주어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까지 등장할 정도의 전성기였다.
그뿐이겠는가. 현영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도 조금씩 확립해나갔다. 영화 '가문의 영광2', '오로라 공주', '작업의 정석', '카리스마 탈출기', '조폭 마누라3', '최강 로맨스', '가문의 영광4',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패션 70s', '비밀남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등을 통해 만능 엔터테이너의 정석을 자랑했다. 그가 발매했던 음반 '누나의 꿈'과 '연애혁명'은 신드롬 수준이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현영의 이름을 외쳤던 때다.
그랬던 현영은 지난 2012년 3월 금융업 종사자 남편과 결혼한 뒤 1남 1녀를 출산하며 활동 영역을 보다 더 넓혔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내면서 기부 사업 등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잠시 틈을 주었던 방송 활동 또한 조금씩 재시동을 걸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마이데일리는 창간 14년을 맞아 현영과 만났다. 장시간의 녹화 직후 등장한 현영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화통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 '워킹맘'으로 한창 바쁜 때를 보내고 있다.
"힘들어요. 그래도 두 개 다 해야죠.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몸은 피곤하지만 육체와 정신은 달라요. 옛날이랑은 달라졌어요. 예전엔 몸이 피곤하면 정신도 피곤했는데, 이제는 분리할 수 있어요. 어느새 터득했어요. 엄마라는 책임감이 생겼으니까요. 엄마는 다 해요. 또 첫째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더 분발해야죠."
- 21년 연예계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가 있나.
"돌아보면 연기에 한참 빠져있을 때가 많이 행복했던 거 같아요. 버라이어티도 재미있었는데 제가 진짜로 몰입한 건 연기였어요. 작품을 끝내고 캐릭터를 돌아보는 게 기억에 많이 남았거든요. 드라마 '패션70s'으로 뉴스타상도 받았고 영화 '작업의 정석'으로도 황금촬영상 여우신인상도 바았죠. 캐릭터에 많이 빠져있을 때라 너무 좋았어요. 예능은 나의 생활 자체로 대중을 만나잖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캐릭터로 삶을 살아가면서, 나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니까 너무 재미있었고 행복했어요. 아직도 그 때를 잊지 못해요."
-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저는 원래 슈퍼모델로 데뷔하고 나서 연기를 하고 싶어서 대학로 극단에 들어간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꿈이 너무 많았거든요. 토크쇼, CF 각종 활동을 하다가 잠시 쉴 때가 있었는데, 이대로 나이 들기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하루는 TV에서 '헤이헤이헤이 시즌1'이 방영됐는데 (김)원희 언니처럼 재미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그래서 곧바로 대학로로 가서 오디션을 보고 다녔죠. 그렇게 극단에서 활동하다가 '예쁜데 되게 웃긴 애가 있다'는 소문이 났대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에 돌입하게 됐어요."
- 스스로 꿈을 개척한 셈이다. 과정을 살펴보면 '천상 연예인'이다.
"그렇죠. 초반에는 스스로 개척한 거예요. 어디론가 가려면 목표를 명확히 두고 지도를 그려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진행해나가면 단추 하나를 꿸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전 운이 좋은 케이스에요. 제 나름의 '빅픽처'를 그리고 찾아간 곳에서 연이 생기고 또 그 연으로 길이 열리고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인연이 너무 소중해요."
- 예를 들면?
"과거 대학로 극단의 선배가 정준호 오빠였어요. 당시 오빠는 되게 잘 나가는 사람이었는데 극단으로 종종 간식 들고 찾아오셨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제가 '하이마트' 광고 후보에 오르게 됐는데, 당시 모델이었던 정준호 오빠가 저를 우연히 발견하고 뽑아주셨어요. 지나오면서 생긴 인연이 더 좋은 인연이 되어 돌아왔어요."
- 보통 오래 연예계에 몸담고 있으면 일상이 곧 연예인 생활에 동화되기도 한다.
"오래 하긴 오래 했어요. 하지만 연예계가 내 인생은 아니에요. 그냥 직업이에요. 저도 이걸 분리하기까지 오래 걸렸고 생각을 많이 되새겼어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삶의 도구로 빼기까지가 힘든 거죠. 하지만 연예계의 삶에 매몰되면 곧 내 삶의 모두가 되어버려요. 연예인은 공백기도 잦고, 활동기도 잦은데 이 때 중심을 못 잡으면 멘탈이 붕괴가 돼요. 그냥 보통의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얻는 '부장'이라는 타이틀처럼, 저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요. 제게 연예인은 직업이고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일적인 도구지 내 삶을 통틀어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에요. 20대에는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죠. 그저 치열하기만 했고요."
- 어떤 상황을 계기로 그런 가치관이 자리 잡게 됐나.
"남편을 만나면서 많이 변했어요. 제 울타리를 많이 깨줬죠. 남편과 처음 연애할 때에 저를 그냥 극장으로 데리고 가더라고요. 공개적으로요. 처음에는 '이렇게 어떻게 다니지?' 싶었죠. 매니저한테 전화도 오고.(웃음) 그런데 그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제가 대중과 섞여 있는 느낌이 들면서 좋았어요. 남편은 당시 저한테 '연예계는 회사고, 당신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그래야 내려놓을 때 편히 내려놓을 수 있고 올라갈 때 편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나를 트이게 만들었어요.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 출산 후 더 활발한 활동에 돌입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여유에서 비롯된 건가.
"육아 휴직했다가 풀리는 기분이라 더 밝아진 거 같아요. '예전에는 진행만 했는데 나보고 패널을 하라고?' 하는 세계에 갇혀 있다면 지금처럼 못하죠. 지금은 직장으로 받아들이니까 파이팅이 넘쳐요. 퇴근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케어하고요.
- 그래도 바쁘게 활동하고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일 텐데.
"아니에요. 매너리즘에 빠질 시간이 없어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을 하는 건 하루가 너무 짧아요. 지금도 둘째 때문에 새벽에 깨는 걸요. 매너리즘은 사치죠. 대신 아이를 키우면 성취감이 생겨요. 일종의 모성애고 사랑이죠. 저는 아이가 너무 좋아요. 결혼은 꼭 해야 하고요!"
- 긍정 에너지가 남다르다.
"김수미 선생님이 제 롤모델이시니까요. 남편은 제 멘토고요. 남편은 정말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에요. 남자를 잘 만났구나 싶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해 달라.
"봄 개편과 함께 더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유튜버 도전도 검토 중이에요. 드라마로 영화로도 대중과 만나고 싶고요. 내년 봄에는 더 승진한 사람이 되어 연예계라는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지 않을까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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