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내가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다"
김광현(SK 와이번스)의 2016시즌과 2018시즌 기록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승수(11승)도, 패수(8패)도 같다. 이닝 역시 단 1이닝(2016년 137이닝, 2018년 136이닝) 차이다.
전혀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 투수의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평균자책점 하나만큼은 극과 극이다. 2016년에는 3.88에 만족했지만 역대급 타고투저 시대였던 올시즌에는 2.98에 불과했다. 1점 가까이 차이난 것.
비록 규정이닝에 들지 못해 공식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은 조시 린드블럼(두산·2.88), 단 한 명 뿐이다.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역시 1.14를 기록, 리그 평균 1.49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만큼 김광현은 올해 불운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김광현은 자신이 나서는 경기에서 유독 타자들이 침묵하며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광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한 물음에 '다승왕'을 꺼냈다. 그는 "예전에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안아프겠습니다', '200이닝 던지겠습니다' '꾸준하게 던지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내년에는 욕심이 생기더라"라며 "내년에는 다승왕에 도전해보고 싶다. 많이 이기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는 김광현 본인만을 위한 욕심은 아니다. 한 때는 '베테랑 막내' 역할을 했던 김광현이지만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나이가 됐다.
"올시즌 우리팀 선발투수의 경우 다 후배다(김광현 1988년생, 박종훈 1991년생, 문승원 1989년생)"라고 운을 뗀 김광현은 "(박)종훈이와 (문)승원이도 내년에 더 욕심이 생길 것이다. 더 많은 승수를 쌓고 싶고, 평균자책점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올해 14승을 한 종훈이는 15승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해줘야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지 않나. 내가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선배의 한마디는 후배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말 뿐인 선배와 실력으로 보여주는 선배는 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 분위기에 대해 말했던 김강민 등 베테랑 야수들은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실천하는 선배'가 됐다. 김광현의 다승왕 목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더군다나 김광현은 자타공인 SK의 에이스다.
'선배 김광현'의 역할은 투수 후배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투수들은 야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4일 쉴 때(선발 등판 사이)도 덕아웃에서 응원해주고 못치면 어린 선수에게는 기운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도움 받아야하는 입장이니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내년이면 1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김광현은 이제 통산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승(119승)은 19위, 이닝(1483⅓이닝)은 29위, 탈삼진(1276개)은 14위에 올라있다.
이에 대해 김광현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2등은 아무도 안봐준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웃었다. 이어 "욕심은 많다. 구위도 계속 유지하고 더 많은 승리를 쌓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프로는 더욱 냉정한 곳이다. 김광현은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지만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후배와 팀을 위해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SK 김광현. 사진=마이데일리DB]
'다시 돌아온 집' SK에게 우승 안긴 김광현 [창간인터뷰]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