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여섯 개에서 두 개로 줄였어."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은 시즌 초반 수비전을 선언했다. 약한 국내멤버구성을 감안, 다양한 수비변화를 앞세워 승률을 높이겠다는 전략. 실제 WKBL 삼성생명과 여자대표팀에서 수비전에 탁월한 역량을 드러냈다.
실제 시즌 초반부터 하프라인 존 디펜스 프레스 후 지역방어 혹은 맨투맨, 트랩을 섞은 지역방어, 스위치디펜스 등 다양한 전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수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깨달았다.
결국 정 감독은 30일 신한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6개서 2개로 줄였어. 한 개로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말과는 달리 정 감독의 의지는 확고했다. 존 프레스를 지속적으로 활용, 가드진의 볼 핸들링이 불안한 여자농구 대부분 구단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실제 연패 중인 신한은행은 OK저축은행의 존 프레스에 대처할 여유가 없었다. 포스트에 공이 들어가거나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거나, 코너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스크린 이후 곧바로 공간을 만들어 외곽포를 쏘지도 못했다.
정 감독은 신한은행이 익숙해질 때마다 수비를 바꿨다. 1쿼터 막판 하프라인 존 프레스 후 지역방어에서 맨투맨을 사용했고, 2쿼터에는 다시 맨투맨을 하다 지역방어로 돌렸다. 3쿼터에는 체력 세이브를 위해 존 프레스를 하지 않고 하프라인에서 드리블러만 압박하기도 했다.
공격에선 다미리스 단타스와 구슬이 돋보였다. 일단 단타스는 자신타 먼로와의 1대1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OK저축은행 가드진이 확실히 볼을 넣어주지 못해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구슬은 2~3쿼터에 실질적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과감한 드라이브 인으로 자유투 기회를 얻었고, 몇 차례 좋은 패스 센스도 선보였다. 2쿼터 막판 조은주의 컷인 득점을 돕는 장면은 백미였다.
신한은행은 전반 리바운드 우위를 보였다. 본래 지역방어의 약점이 강력한 박스아웃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트오펜스 확률이 높지 않았다. 이경은과 곽주영이 간혹 부분 전술로 점퍼와 3점포를 터트렸다. 파워가 떨어지는 먼로는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단타스와의 몸싸움서 밀려 로포스트로 들어가지 못했다. 점퍼만 던졌고, 신한은행의 오펜스는 효율적이지 못했다.
결국 4쿼터 승부처. OK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수비 응집력을 유지하되, 세트오펜스에서 힘을 냈다. 단타스의 1대1 골밑 공격에, 김소담이 두 차례 외곽으로 수비자를 끌어내 정확한 슈팅능력을 뽐냈다. 한채진은 이경은을 상대로 3점포를 터트렸고, 단타스는 픽&팝을 통해 외곽에서 3점포를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다시 구슬이 좋은 패스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공수응집력이 뚝 떨어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이경은의 수비미스, 스크린에 걸린 뒤 미숙한 대처, 악성 턴오버까지. 승부처서 급격히 흔들렸다. 팀 파울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OK저축은행의 수비전에 고전하다 막판에 반격하지 못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경기 내내 꾸준히 디펜스에서 좋은 응집력을 보이다 승부처서 힘을 발휘했다. 구슬은 과감한 돌파와 외곽포, 패스 센스까지 돋보였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고, 올 시즌 꾸준히 출전기회를 잡으며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다. 다만, 1대1 마크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쓸데 없는 파울을 몇 차례 하며 추격 빌미를 내준 건 옥에 티. 그래도 47초전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먼로의 공격자파울을 유도했다. 결정적 장면이었다. OK저축은행의 65-63 승리.
[구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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