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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지수 기록의 변화. 어떻게 봐야 할까.
KB 박지수는 올 시즌 어시스트가 증가했다. 지난 시즌 평균 3.3개서 1.6개 늘어난 4.9개. 커리어하이면서 이 부문 리그 1위. WKBL 역대 최고수준의 농구센스를 지녔다. 어시스트는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WKBL 지도자들은 "박지수의 패스센스는 어지간한 가드급 이상"이라고 극찬한다.
KB는 4~5번 신장이 낮은 팀을 상대로 박지수가 하이포스트, 카일라 쏜튼이 로포스트에서 하이&로 공격을 한다. 상대 5번을 하이포스트로 끌어낸 박지수의 패스센스가 빛을 발하는 옵션. 뿐만 아니라 박지수는 코트를 넓게 쓰면서 염윤아, 심성영, 김민정 등 활동량이 많은 국내선수들의 손쉬운 득점을 돕는다.
박지수의 변화는 또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평균득점이 14.2점서 12.1점으로 다소 떨어졌다. WKBL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경기별 슛 차트를 보면 골밑과 외곽 공격비율이 예전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로포스트에서 1대1을 하는 빈도가 줄어든 건 맞다. 안덕수 감독도 인정했다.
박지수는 데뷔 초반 몸싸움을 선호하지 않았다. 포스트업 기술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서 체력과 근력이 좋아졌다. 시즌 중반 이후 포스트업 이후 피벗에 의한 1대1 득점, 숄더 페이크에 의한 뱅크슛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1대1 공격의 적극성이 예전보다 덜하다. 득점보다 상대적으로 어시스트에 비중을 두는 느낌이 든다. 퍼리미터나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뿌려주는 빈도를 높이면서, 매치업상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 포스트업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도 공을 외곽으로 빼는 모습도 있다.
KB는 안정적인 2위다. 박지수는 많은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블록슛으로 충분히 공헌한다. 게다가 매우 성실하다. 이미 트리플더블을 두 차례 달성했다. WKBL 최고선수 중 한 명. 지금의 퍼포먼스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박지수의 시즌 초반 퍼포먼스가 'KB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리고 '박지수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하는 건 쉽지 않다. 몇몇 농구관계자는 우려를 표명했다. 결정적으로 KB를 상대하는 팀들이 로 포스트 1대1 공격이 줄고 어시스트가 늘어난 박지수를 덜 부담스러워한다.
농구관계자 A는 "박지수가 어시스트를 많이 하면 상대 팀은 땡큐다. 박지수가 하이포스트에 있으면 바짝 붙어 패스 각도가 나오지 않게 최대한 밀어내면 된다. 반면 박지수가 골밑에 있으면 강하게 압박해도 슛 동작으로 이어지면 자유투를 내주거나 실점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지수가 골밑에서 득점을 많이 해야 상대도 부담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박지수의 중거리슛은 일품이다. 그러나 하이포스트보다 로 포스트 공격이 득점 확률이 높다. 스페이스 농구 시대다. 빅맨이 외곽에서 공격하는 역량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경기흐름과 상황이 중요하다. 매치업상 로 포스트 공략이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농구는 확률 경기다.
농구관계자 A는 "WKBL 팀들 구조상 박지수가 골밑에서 미스매치 공격을 많이 하는 게 상대 팀들에 데미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WKBL 외국인 빅맨 수준을 봐도 박지수가 적극적으로 로 포스트 공략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세부적으로 보완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박지수의 1대1 공격 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박지수의 퍼포먼스는 좋다. 그러나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성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골밑에서 1대1 공격을 많이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농구관계자 B는 "밖에 나와서 편하게만 하면 안 된다. 아직 박지수는 골밑에서 1대1 공격능력을 더 키우고 노력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어시스트 자체는 좋다. 그러나 골밑에서 1대1을 하다 더블팀을 당할 때 자연스럽게 빼주는 게 외곽에 나와서 빼주는 것보다 팀 오펜스 차원에서 이상적이다. 지금처럼 밖에 나와서 갈라주는 패스는 본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최근 안덕수 감독에게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안 감독은 "전부 맞는 말이다. 박지수는 장기적으로 골밑에서 더 많이 공격을 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보다 5~6점 정도는 더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안 감독은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게 박지수의 체력이다. 시즌 초반 박지수는 3~4쿼터에 발이 무뎌지면서 공격을 좀 더 소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후반에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WNBA서 15분 내외, 백업으로 뛰다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WKBL 시즌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농구선수에겐 '경기체력'이 있다. 개개인 차이가 있지만, 10~15분간 뛰다 35분 내외로 뛰는 체력은 실전을 통해 올려야 한다는 게 지도자들 견해다.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행하려면 충분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올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박지수는 WNBA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대표팀은 소속팀과 달리 실전 전술훈련 위주다. 체력을 올리기 위한 준비를 따로 거의 하지 않는다. 즉, 박지수는 올해 WNBA와 대표팀 일정을 잇따라 소화하면서 올 시즌 KB에서 풀타임을 뛸 경기체력을 확실히 만들지 못했다.
안 감독은 "WNBA서 10분씩 뛰었다고 해도 이동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피곤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KB가 WNBA서 뛰는 박지수에게 웨이트트레이닝 스케줄을 보내줬지만, 박지수는 "혼자서는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구체적으로 박지수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다. 2년차 시즌에는 비 시즌부터 충분히 준비했다. 몸도 좋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만큼 밸런스가 좋지 않다. 1대1을 할 때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힘에서 밀리니 아무래도 포스트업을 덜 하는 건 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좀 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지수의 과제는 명확하다. 일단 현 시점은 경기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도기다. 어시스트도 좋다. 그러나 좀 더 체력을 끌어올려 골밑 공격의 적극성을 높여야 한다. 그게 KB와 박지수 모두를 위한 길이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몸 관리는 필수. 그리고 궁극적으로 1대1 공격 스킬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안 감독과 진경석, 이영현 코치의 효과적인 지도가 중요하다. 농구관계자 C는 "박지수가 포스트업을 할 때 자세를 좀 더 낮추고 언더슛만 던질 줄 알면 무적이다. 지금은 공을 잡고 돌아서서 정점으로 올라갈 때 움직임이 단조롭다. 그래서 수비수에게 읽힐 때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구관계자 D는 "박지수는 이해력이 빠르고 성실하다. 결국 극복하고 발전할 것이다. 시즌 초반의 퍼포먼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도기"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수비수가 2~3명 몰리니 패스를 내주고, 동료가 잘 넣어줘서 어시스트를 많이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보다 힘이 센 상대에겐 약한 부분이 있다. 득점의 경우 감독님이 말씀한 정도로 올렸으면 하는 생각은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지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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