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판에 뛰어든 동시에 소위 말하는 '흥행 대박'을 쳤다. 2008년 '과속 스캔들'(822만 명)에 이어 2011년 '써니'(745만 명), 2014년 '타짜-신의 손'(401만 명)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 충무로의 '미다스 손'을 말하자면, 강형철 감독이다. 감각적인 시나리오 집필력과 연출력을 자랑하는 그다.
하지만 단순히 '흥행 감독'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파격적인 신인 캐스팅, 여성 주연 영화 등 상업영화의 공식들을 보기 좋게 깨트리고 메가폰을 잡아왔기 때문. 데뷔작부터 천만 문턱을 눈앞에 뒀던 강형철 감독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강조하며 올곧은 연출 신념을 엿보게 했다.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요? 그건 저도 모르겠지만, 돌이켜봤을 때 공통된 요인을 꼽자면 늘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1차 관객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야 그게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싫은데 억지로 만든다거나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할 것이고,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걸 따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물론, 시작 전에는 항상 불안 요소가 있었죠. '미혼모 소재, 이게 되겠어?' '코미디물에서 화면 전환, 음악이 뭐가 중요해?' '여성 캐릭터만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겠나'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죠. 늘 이런 식이었어요. 하지만 전 아니거든요. 그게 재밌고, 중요하고, 하고 싶었어요."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신작 '스윙키즈' 역시 강형철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터질 듯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국내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스크린에 재탄생시켰다.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탭댄스를 버무려 이념 갈등에 관한 문제를 꼬집으며,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 허를 찌르는 예측불가 재미와 감동으로 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강형철 감독은 "'스윙키즈'는 보고 난 뒤 머릿속에서 그냥 사라질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두고두고 꺼내 보실 수 있는 소장용"이라고 자신했다.
"'스윙키즈'에 들어가기 전, 제작자와 둘이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천만, 상업영화의 공식이랄까 이런 것들을 따라 찍지 말고 진정성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었어요. 그래야 스코어가 나왔을 때 기쁘지 않을까 얘기했었죠. 저는 상업영화 감독이지만 그 이전에 영화감독이니까요. 영화라는 게 2018년 12월 개봉할 때만 딱 보고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영화라는 기록 매체로 오래도록 남게 되는 것이고 저 또한 50년 전 영화를 계속 꺼내서 보고 있고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의 추천으로 관람한 뮤지컬 '로기수'를 영화화한 이유도 그 진정성에 깊이 공감해서였다. 강형철 감독은 "다들 그렇겠지만 저도 평소 이념 문제,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는 다뤄봐야지 하던 찰나에 절친한 장훈 감독의 추천으로 '로기수'를 보게 됐다.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 넣을 수 있겠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무엇보다 뮤지컬이 지닌 진정성이 있더라. 이념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와 같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념이 사람을 잘살고자 하는 일종의 시스템인데, 오류를 일으키고 있지 않나. 이를 이용한 초극소수는 이익을 얻는 반면, 대다수 사람이 불행을 떠안는다. 뮤지컬이 이런 주제를 담고 있었고 나도 여기에 공감하고 지지했다"라고 덧붙였다.
"결말에 이르러 '스윙키즈'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전쟁은 '현실 지옥'이라는 것이었어요. 잘못 해석한 이념이 순식간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집어삼키고, 나의 일상을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드리려 했죠. 우린 아직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그저 춤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숨을 위협받을 일일까요? 그런데 이것이 전쟁이 벌어지고 이념이 대립하면 우리 사회에서 실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자고 전하고 싶었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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