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3점슛은 전염성이 있다."
농구를 보면, 어느 한 명의 외곽슛이 겉잡을 수 없이 터지면 동료들의 외곽슛도 덩달아 연쇄적으로 터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야투율이 떨어지는 WKBL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긴 하다. 그래도 14일 수원에서 이런 모습이 나왔다.
KEB하나은행 강이슬은 올 시즌 초반 좋지 않았다. 극심한 슬럼프였다. 많은 얘기가 나왔다. 일단 대표팀 후유증이 거론됐다. 올 여름~가을 대표팀 일정은 유독 길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통일농구,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축 멤버들은 장기레이스에 필요한 체력 만들기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환우 감독은 "결국 핑계다"라고 말했다. 똑같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박혜진(우리은행)은 시즌초반부터 변함 없이 날아다녔다. 베테랑 임영희는 1라운드에 부침이 있었으나 이내 정상적인 경기력을 찾았다.
올 시즌 슈팅가드 신지현이 본격적으로 복귀하면서 주요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잡았다. 실제 하나은행 경기를 보면 신지현이 외곽에서 공을 잡고 패스게임을 주도하는 경우가 꽤 있다. 때문에 강이슬이 공을 만질 시간이 줄어들어 좀처럼 슛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를 떠나 시즌 초반 강이슬의 퍼포먼스에 지난 1~2년간의 좋은 모습은 거의 없었다. 주특기 3점슛이 터지지 않아도 원 드리블 점퍼, 미스매치를 활용한 포스트업, 돌파는 물론 자신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역이용, 패스에도 눈을 떠간다는 평가였다. 이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결국 본인이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수비도 더 열심히 하고, 리바운드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몸을 최대한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렇다. 자신의 공격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수비, 리바운드, 스크린, 속공 참여, 파울 유도 등으로 점수를 만들고 팀에 공헌해야 하는 게 선수의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12일 KB전은 의미 있었다. 당시 강이슬은 경기막판 결정적 순간 3점포 한 방을 꽂았다. 당시 12점을 올렸으나 크게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대신 리바운드 8개가 눈에 띄었다. 평소보다 과감한 리바운드 가담이 돋보였다. 강이슬은 WKBL서 그렇게 작은 신장이 아니다. 몸이 풀려간다는 증거.
결국 14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대폭발했다. 1쿼터부터 마음을 먹고 나왔다. 매치업 상대 한채진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샤이엔 파커의 스크린을 활용해 3점슛과 사이드슛을 잇따라 꽂았다. 상대의 스위치나 대응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본래 공을 잡은 강이슬의 슈팅까지 이어지는 과정, 시간은 상당히 깔끔하고 짧다. 1쿼터에만 12점을 퍼부었고, 2쿼터에도 종료 버저비터 포함 10점을 올렸다.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없는 OK저축은행은 감각이 살아난 강이슬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강이슬은 3점슛 5개 포함 25점 5리바운드.
그러자 하나은행에 3점슛 감각이 전염됐다. 이 감독 역시 "3점슛은 전염성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백지은, 김단비, 고아라에 이어 3쿼터에는 김이슬과 김예진도 가세했다. OK저축은행의 외곽수비는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평소 지역방어를 적절히 사용하지만, 상대 외곽포가 터지면서 무턱대고 지역방어를 고수할 수도 없었다.
하나은행은 자연스럽게 코트를 넓게 쓰면서, 전원이 득점에 가세하는 팀 오펜스가 이뤄졌다. OK저축은행 특유의 하프코트 프레스 역시 빠른 패스게임에 가볍게 깨졌다. 하나은행은 4쿼터에 턴오버, 본헤드 플레이가 몇 차례 나오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막판에 강이슬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도 옥에 티. 그러나 전반에 강이슬의 퍼포먼스가 너무나도 강렬했다. 부족한 마무리를 극복하고도 남았다.
[강이슬과 김단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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