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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전 15년 간 1년에 한 작품씩, 단역을 했어요."
배우 유태오(37)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형화된 배우가 아니라 유니크(unique)한 예술가다.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배급 엣나인필름)에서 유태오는 러시아에서 록가수로 활동한 실존인물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았다. 러시아에서 작품 활동을 한 적도 없었지만 감독에게 오디션으로 발탁돼 '레토'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레토'는 꿈꾸는대로 사는 뮤지션 빅토르 최의 젊음만으로 벅차고 뜨거웠던 날들을 담은 뮤직 드라마다. '레토'는 러시아어로 '여름'을 뜻하는데, 영화 속에서 록스타 마이크(로만 빌릭)이 '레토'를 노래한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빅토르 최의 뜨거웠던 청춘을 이야기하는 '레토'는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빛나는 영화다.
"애초부터 감독님이 빅토르 최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러시아에서도 몰랐던 빅토르 최의 개인관계 이야기를 다룬 메모가 발견됐고 그의 청춘을 담은 이야기예요. 그 쪽에 초점을 맞췄고 전 시나리오를 보고 주어진 역할만 했어요. 빅토르 최 뿐만 아니라 세 인물의 삼각관계, 청춘, 음악, 시대 배경 등이 있었어요."
'레토'는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당시 소련의 사회 구조와 자유로운 록스타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배치해 묘한 긴장감을 준다. 관중들은 록스타의 음악에 몸을 들썩이지만 조금의 반응조차 자제시키는 관계자들, 해변가에서 그 어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바다와 한몸이 되어 뛰어노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대비돼 보여준다.
"전 1년 전만해도 무명 배우였어요. 출연료를 주면 하는 단순 노동을 했고 캐스팅해주면 그저 '고맙습니다'라며 열심히 했어요. 단지 고맙게도 그런 작품이 흥행될 수 있는 호기심을 잡을 수 있는 빅토르 최의 소재이고 러시아에서도 인정받는 감독님의 작품이라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록스타의 자유분방함처럼, 영화 속 비주얼과 내용 구성은 꽤나 자유롭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곳곳의 음악 배치와 애니메이션 작품같은 낙서들, '이건 실제가 아님'으로 끝나는 해프닝들은 마치 잠깐의 낮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 같다. 유태오는 영화 속의 표현들을 감독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갔던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감독님 중에서 '나도 잘 몰라'라고 하신 분이 처음이었어요. 그날의 날씨와 에너지, 그 날의 건축과 배우들이 갖고 오는 기분에 맞춰야 한다고 했어요. 오디션을 볼 때, 제가 해석한 빅토르 최를 말씀드렸는데 저만의 해석은 시적인 표현이 많고 생각보다 조금은 우울하고 이방인이라서 거기에 관한 감성들,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꼈어요."
유태오는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살았고, 러시아 영화 '레토'를 찍으며 주목받았다. 연기에 뛰어든지 약 15년,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칸의 남자'로 금의환향해 국내에서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와 '배가본드'에 출연한다.
"해외에서는 선입견들도 많고 인종차별도 겪었어요. 그건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에요. 여러 가지 언어와 다른 문화들이 연기자로서 나를 외롭게 만들 수도 있고 소통의 오해도 생길 수도 있어요.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자, 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딱 3개월만 해보자, 생각했는데 푹 빠졌고 '70세에 거지가 돼서 길거리에서 공연하더라도 해보자'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유태오는 광부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집안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꼭 해야하는 것을 고민했고 '연기'로서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여기서 제가 러시아어를 하는데, 러시아 공부는 한번도 접근한 적이 없었어요. 러시아 시나리오가 있었고 번역본이 있었고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저한테 맞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워낙 없는 발음이 많아서 한글과 영어를 혼용해서 저만의 글로 만들어서 외웠던 것 같아요."
유태오는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꿈 같았다"라며 칸에서의 일들을 회상했다.
"칸 영화제를 다녀오고 나서는 현실적으로 잘 다녀왔고 준비 잘 했고, 잘 성장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일단 정말 고마워요. 저는 지난 15년간, 1년에 한 작품 단역을 하느냐 마냐에 있었던 사람이에요. 지금은 작품 3~4개를 동시에 할 만큼 바빠진 시기인데 시간과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좋은 성장의 단계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 2~3년 간은 공부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유럽에서 온 배우가 생각해보니 없는 것 같은데, 제 나름대로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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