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락락(樂樂)한 축제의 본보기
희희낙락(喜喜樂樂). 좋아할 희(喜)와 즐거울 낙(樂)이 한데 어우러진 참 좋은 어휘다. 생활 속에서 희희낙락(喜喜樂樂) 한 감정이 우러나왔으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낙락한 기분을 만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축제 총감독으로 일을 하다보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음속에서부터 희희낙락(喜喜樂樂)한 기운이 충만한가를 먼저 헤아리게 된다. 한순간의 즐거움이 아니라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겨 생활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 낙락함을 채워드리기 위해 고심을 하는데, ‘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제19회 ‘강서 허준 축제’는 '위대한 허준, 함께하는 강서'라는 슬로건에 부합한 낙락한 축제였다. 이번 축제를 수학공식으로 풀자면 ‘허준+ 동의보감+강서=희희낙락(喜喜樂樂)’ 쯤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내실을 기했다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허준과 동의보감’에 방점을 둔 것이 성공 요인
올해 19회째 축제를 준비하면서 강서구 노현송 구청장을 비롯한 축제관계자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충분히 짐작될 만큼 프로그램 하나하나에서 의미와 재미가 있었다. 특히 올해는 동의보감 완성 400주년을 맞는 해였던 만큼 ‘허준’과 ‘동의보감’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슬로건 역시 '위대한 허준, 함께하는 강서'라 잡았으리라고 보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한 ‘동의보감 진상 궁중 제례’ 재현은 신의 한수라 할 만하다. 광해군의 명에 의해 동의보감을 간행하고, 완성된 동의보감을 광해군에게 진상하는 궁중제례를 보면서 강서구민이 느꼈을 자긍심의 크기가 얼마나 컸을 지 충분히 가늠이 되었다.
축제 기간인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허준박물관은 무료로 완전히 개방되었고, 박물관 내에서는 ‘허준과 동의보감’을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허준 선생의 일대기, 가치관, 지향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동의보감 구성과 집필 과정 등의 전시는 특히 학부모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동의보감, 한방비누, 약첩 만들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체험을 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필자가 지역축제의 필수 조건으로 삼는 가족단위의 체험이 잘 충족된 교과서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강서구의 정체성이 돋보인 공연들
제19회 ‘강서 허준 축제’가 열렸던 10월12일에서 15일까지 사흘 동안 강서구는 그야말로 신바람이 휘몰아쳤다. 가양동 구암공원 일원은 물론이고 거리 곳곳에 허준 선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명의 허준 선생과 동의보감의 숨결이 깃든 허준축제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샘솟는 활력을 느끼시기 바란다”는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축제 개막선포처럼 축제장에 들어서니 활력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행사기간 동안 강서구 자치회관 동아리를 비롯해 지역예술단체 등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공연이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진 덕분이다.
축제 첫날인 10월 12일에는 풍물놀이패의 길놀이가 흥을 돋웠고, 축제 이튿날인 13일에는 홍진영, 박미경, 윙크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한 ‘허준콘서트’가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10월 14일에는 구민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허준가요제’가 열렸다.
청사초롱 점등식 등 개막전 프로그램으로 후끈 달궈진 축제 분위기가 주무대로 이어지고 그 여운을 담은 체험프로그램과 전시가 함께 어우러져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허준 박물관에서 <다기(茶器), 건강을 담다>라는 전시가 있어 고즈넉한 여백을 즐기는 관람객도 함께 만족했을 것이라고 본다.
2% 부족했던 체험 프로그램
이번 제 19회 ‘강서 허준 축제’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체험 프로그램 대부분이 유료로 진행되어 보기 좋은 떡이 된 아쉬움이 옥에 티로 남았다. 사실 이 부분은 어느 축제나 있는 아쉬움이기도 한 데 ‘강서 허준 축제’는 좀 달랐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이번 축제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만큼 동의보감에 부합하는 ‘약식동원의 무료 체험’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작년 18회 축제에 마련됐던 ‘건강100세 약밥 나눔’이 사라진데 대한 아쉬운 여진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 전통놀이마당, 한방음식마당, 푸드트럭존 등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되어 있어 축제의 구성 요소를 고루 갖춘 훌륭한 축제로 기억될 만 했다. 축제장 곳곳을 다니며 스탬프 투어 카드를 완성한 가족(선착순 500명)에게는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해 주는 이벤트도 길게 늘어 선 손님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 허준근린공원 일대에 설치된 강서미라클메디특구관에서는 약침, 안면미소침, 한방차 시음, 한방 자운고 만들기 등 한의학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일반 병원들이 준비한 부스에서도 혈압, 혈당 체크와 질환 상담, 진료지원을 받을 수 있어 한방과 양방의 접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건강한방축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렸다.
강서 축제가 국민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
지역 축제 총감독의 입장에서 본다면 강서구는 선택 받은 고장이다. 한의학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인정하는 ‘조선 최고 명의 허준 선생’의 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다는 건 강서구의 소중한 자산이자 자긍심이다. 인간을 중시하고 생명을 존중하셨던 허준선생의 따뜻한 애민정신, 그리고 이 속에서 피어난 동양 최고의 의학서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의 문화재이기도 하다. 이런 허준 선생을 시공을 초월하여 품고 있는 강서구는 ‘허준축제’에 대해 일종의 책무를 지고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홍보부족이다. 동의보감과 허준은 전 국민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데 정작 이를 위해 개최된 ‘강서 허준 축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강서구민만의 잔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축제 총감독으로서 어느 축제든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맡았던 축제든 아니든 끝나고 나면 여론의 추이를 검색하는 게 습관인 필자는 이번 축제의 피드백도 여러 경로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 “친구가 20년 동안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올 해 처음 허준 축제가 열린 것을 알았다. 친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강서 허준 축제장은 주말 데이트로 최고의 장소였다” 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놨다. 강서 허준 축제를 올 해 처음 안 사람이 이 사람 뿐이었을까..? 내년이면 20회! 사람으로 치면 성년(成年), 어른이 되는 ‘강서 허준 축제’다. 지역 축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허준 축제가 국민 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묘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 수상경력;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 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를 비롯 10여개 지역 축제 역임
- 한국 축제 자문위원
-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제이스토리미디어대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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