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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마음을 다잡기 위해 깎은 것 같다."
삼성 이관희는 21일 오리온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왔다. 검정색 헤어밴드에 살짝 가렸지만, 삭발이 의심될 정도로 짧았다. 최진영 사무국장은 "지난 경기 끝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전까지 5연패에 빠졌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에 장기연패로 최하위를 굳히는 흐름. 유진 펠프스의 골밑 장악력은 확실히 벤 음발라보다 한, 두 수 위다. 현대모비스, 전자랜드 시절에 비해 몸이 더욱 탄탄해진 네이트 밀러는 수비 커버 범위가 넓다.
즉, 삼성의 외국선수 교체는 팀 공수조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국내선수 전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김동욱, 장민국의 장기부상에 김태술도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 나이가 적지 않은 문태영은 수비범위가 좁다. 국내 롤 플레이어들 중에서 확실한 득점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결국 삼성이 연패를 탈출하려면 이관희의 좋은 퍼포먼스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1~2년간 삼성에서 개인공격능력이 가장 향상된 케이스. 현실적으로 외국선수들과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다만, 이관희는 감정 컨트롤에 능하지 않은 치명적 약점이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의지가 경기력에 투영됐다. 전반에만 3점슛 5개 포함 25점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해도 이관희의 슛 감각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골밑 도움수비를 들어온 수비수가 외곽으로 길게 나가자 여유 있게 드라이브 인 득점을 올리는 장면은 백미. 사이드슛, 자유투 등 다양한 지점에서 점수를 만들었다.
오리온은 19일 KT에 1점차로 졌다. 동점이던 경기종료 1.2초전, 하프라인 부근에서 김강선의 끝내기 반칙이 나왔다. (당시 오리온은 팀 파울. 김민욱의 자유투로 KT의 1점차 승리. 김민욱은 일부러 2구를 놓치면서 오리온이 작전시간 후 하프라인에서 마지막 공격을 하지 못하게 했다) 한 마디로 본헤드플레이. 물론 추일승 감독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자꾸 생각을 하니 다음경기 준비를 하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김강선을 비롯한 오리온 선수들에게 별 다른 말도 하지 않고 삼성전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KT전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수비응집력이 최악이었다. 박재현, 최승욱 등이 외곽에서 이관희를 많이 놓쳤다. 리바운드 응집력, 공격에서의 턴오버 등 좀처럼 흐름을 타지 못했다.
삼성은 펠프스가 평소보다 부진했지만, 네이트 밀러도 오리온의 약한 골밑을 철저히 활용했고, 수비에서 최진수와 먼로의 공격을 적절히 제어했다. 포스트업 수비를 할 때 기술적으로 공만 긁어내며 수 차례 속공을 유발했다. 밀러의 최대장점. 결국 삼성은 3쿼터 초반 20점차로 달아나며 완벽히 흐름을 장악했다.
다만, 이관희가 전반의 폭발력을 잃었고, 오리온이 3쿼터 막판 몇 차례 속공으로 흐름을 잡았다. 2-3 지역방어로 삼성의 볼 흐름을 둔화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허일영의 연속득점으로 9점차까지 추격, 4쿼터에 승부를 걸어볼 여지가 생겼다.
이때 밀러가 나섰다. 이상민 감독이 펠프스를 벤치에 앉히고 밀러를 4쿼터에 낸 게 주효했다. 최진수를 상대로 3점포 두 방을 터트렸고, 먼로의 포스트업에 절묘하게 공을 긁어내며 스틸, 이관희의 속공 득점을 도왔다. 다시 15점차 이상 벌어지며 승부 마무리. 전반 이관희의 크레이지모드, 막판 밀러타임까지. 98-88 완승. 5연패를 벗어났다.
5연패를 끊은 삼성의 교훈은 명확하다. 펠프스는 분명 괜찮은 빅맨이다. 그러나 펠프스 홀로 북 치고 장구 친다고 해서 절대 이길 수 없다. 반면 충격의 패배를 안은 오리온은 전반적으로 공수응집력이 떨어졌다. 수비 압박이 떨어졌고, 이지샷도 너무 놓쳤다. 하지 않아야 할 턴오버도 있었다.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이관희(위), 밀러(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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