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연기자 박혜수(24)가 영화 '스윙키즈'로 화려한 스크린 주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특유의 개성을 지니며 영화 '과속 스캔들' 박보영, '써니' 심은경을 발굴한 강형철 감독의 눈에 들어, 당당히 여주인공 양판래 역할을 꿰찼다. 차세대 충무로 유망주로 등극,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박혜수다.
"'스윙키즈'에 캐스팅된 뒤 박보영, 심은경 두 선배님과 함께 거론되는 기사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 걱정도 되고 무서웠어요. 다행히도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서 겨우 한시름 놓았답니다(웃음). 이 작품을 계기로 저도 그 선배님들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길 바라요. 지금은 부담감이 앞서지만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연기를 하다 보면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비슷한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스윙키즈'의 양판래 캐릭터를 따낸 건 온전히 박혜수의 힘이었다.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오디션 현장에서 빛을 발한 것. 준비된 신인의 면모를 자랑했다.
"1차 오디션 때 '자유 춤' 준비가 제시돼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몸치라서 자유 춤을 선보이면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탭댄스를 준비해 갔어요. 그래서 오디션 전 학원에서 속성 과외를 받았죠. 저도 탭댄스를 배우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걸음마 수준이었지만 말이에요. 하하.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에 맞춰 일부러 많이 촌스러운 복고풍 의상을 입고 가서 탭슈즈를 신고 탭댄스를 췄어요. 감독님은 저에게서 자신의 외할머니 감성을 느꼈다고 하셨는데, 저도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양판래처럼 달려들어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박혜수는 강형철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그는 "감독님이 제 전작을 하나도 안 보시고 캐스팅하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아무것도 없이 오롯이 그 오디션장에서의 저만 두고 평가를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그때 받은 대본의 장면이 판래가 스윙키즈 댄스단 오디션이 끝났는데도 남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을 물끄러미 쳐다본 뒤 말을 거는 신이었어요. 당시 제가 벽에 기대서 감독님을 잭슨이라고 생각하고 쳐다보며 연기했는데, 그 눈빛이 판래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2014년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4' 출연 이후 연기로 방향을 튼 박혜수. 2015년 드라마 '용팔이'를 시작으로 '청춘시대' '내성적인 보스' '사임당 빛의 일기',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등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인 신인이기에, 제작비 153억 원의 대작 '스윙키즈' 출연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잡은 것으로 의미가 더욱 뜻깊었다.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진짜 안 믿겼어요. 너무 얼떨떨했죠. 영화 경험이 적었고, 그런데 이렇게 주연을 맡게 되다니 엄청 믿기지 않더라고요. 갑자기 무척 행복한 동시에 부담과 걱정,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어요."
부담감이 컸던 만큼 더욱 캐릭터 연구에 열을 올리며 철저하게 준비해나갔다. 박혜수는 "아무래도 탭댄스를 소화해야 하니까 첫 촬영까지 준비 시간이 허락돼 있었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현장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가야겠다는 각오였다. 탭댄스는 물론, 한국전쟁 배경에 관한 부분이나 4개 국어가 가능하다는 설정 등 다 따로따로 생각해서 준비했고 나중에 그것들이 판래라는 인물에 하나로 합쳐지도록 완성했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박혜수가 연기한 양판래는 전쟁통 속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애쓰는 소녀 가장으로 돈 벌러 나섰다가 춤까지 추게 된 무허가 통역사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 국어가 가능하고 수준급의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갖춘 인물.
역할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에 자칫 튈 수 있는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스며들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양판래가 워낙 다재다능해서 잘못하면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부분에 관한 걱정 때문에 보다 디테일하게 준비를 했던 것이었다. 양판래라는 인물의 내면, 전사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말 감독님을 엄청 귀찮게 했어요(웃음). 매일 전화를 드렸거든요. '감독님, 제가 이런 영상을 찾았는데 레퍼런스로 참고해도 괜찮을까요?' '감독님, 추천해준 영화는 다 봤는데 더 없나요?'라고 질문을 쏟아냈죠. 다행히 감독님이 좋아하시면서 받아주셨어요.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도 많이 주시고요. '이 음악은 네가 들어봤으면 좋겠다'며 여러 곡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박혜수는 "탭댄스 연기는 '빌리 엘리어트'(2000) '백야'(1985)의 느낌을 참고했다. 이 두 작품을 가장 여러 번 봤다. 또 유튜브에서 탭댄서가 노래를 부르며 공연하는 영상을 계속 찾아봤다. 판래도 이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으면 했다.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도 읽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탭댄스는 상당 기간 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5개월 이상 땀을 흘린 끝에 '몸치'에서 탈출, 수준급 댄스 실력자로 거듭났다. 그는 "도경수·김민호 선배님의 실력이 월등한 반면, 오정세 선배님과 저는 나머지 반 학생 같았다. 선배님과 저는 늘 남아서 연습하고 가고 연습실에도 제일 일찍 갔다. 정세 선배님 말씀처럼 저도 선배님에게 의지가 많이 됐다"라고 얘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나 박혜수는 강단 있는 양판래의 매력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한강에서 공개 연습도 불사했다. 그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에 맞춰 춤추는 신이 판래 캐릭터에게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는데, 처음 대본을 받을 때부터 가장 부담이었다. 강단 있게 소화해야 하는데 내가 워낙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걱정이 돼서, 일부러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가서 연습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무작정 한강이나 올림픽 공원으로 향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춤 연습을 했어요. 매니저님도 같이 가긴 했는데 그런 제가 부끄러웠는지 멀찌감치 떨어져 계시고, 아는 척을 안 하더라고요. 하하.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물론, 계셨죠. 그럴 때면 얼굴이 새빨개진 채 영화 때문에 춤을 연습해야 한다고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어요. 창피하긴 했는데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부끄러움이 많은 건 판래랑 다르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판래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던 러브' 신에 대해서는 "판래는 소녀 가장으로서 항상 자기를 희생해왔던 친구다. 자기 몸집만 한 지게를 어깨에 짊어지며 늘 동생들을 위해 강한 모습만 보이고. '모던 러브' 댄스신에서 그런 판래가 '내가 이래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춤을 추고 싶다, 나를 위해서'라는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드러내려 했다. 또 전쟁통에서 원치 않는 희생을 해야만 하는 여자로서 살아가는 설움과 억울함을 춤으로 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강형철 감독님이 '판래는 그 어떤 장면에서도 기죽지 않는다'라는 디렉션을 초반에 계속해서 강조하셨어요. 처음에는 제가 현장이 어색하고 낯설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말을 새기다 보니까 어느 순간 눈빛이 판래처럼 당당해지더라고요."
이처럼 박혜수는 양판래가 탭댄스에 빠져 변화한 것처럼 캐릭터를 만나 함께 성장해갔다. 그는 "'스윙키즈'라는 작품을 만나고 더 밝아졌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춤을 배우고 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선배님들과 같이 연습하고 작업하다 보니까 행복이 많아졌어요. 평소에 일기를 쓰고 있는데 '스윙키즈'를 만나기 전엔 '오늘도 행복하자'라고 표현했다면 어느 순간 '행복하다'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다 보니까, 스스로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조금이지만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하답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을 관람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박혜수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일단, 내가 큰 스크린에 나온다는 거 자체만으로 신기해하신다. 무대인사를 하는 제 모습을 보셨는데 엄마가 '나는 아직도 네가 낯설다'고 하셨다. 여전히 데뷔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시다. 외할머니께서도 영화를 보셨다. 사실 판래의 전사를 외할머니를 보면서 잡아나갔었다. 그런 할머니가 재밌게 봤다고 말씀해주셔서 '됐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박혜수는 "'스윙키즈'가 춤, 음악으로 흥 넘치는 장면이 많은데 우리 영화가 담고 있는 이념, 전쟁 문제에 관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