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님이 2연패 후 2대2를 못하게 했다."
우리은행이 2017-2018시즌 통합 6연패를 차지한 결정적 원동력은 2대2 공격이었다. 박혜진, 임영희가 나탈리 어천와의 스크린을 받고 공간을 확보한 뒤, 골밑으로 내려가는 어천와에게 찔러주는 패스가 예리했다. 어천와는 스크린을 한 뒤 자신의 수비자가 드리블러 수비에 가담하면 골밑으로 내려가 박혜진 혹은 임영희의 패스를 받아 손쉽게 미스매치 공격을 했다. 팝 아웃한 뒤 중거리포를 터트리기도 했다. 워낙 슛이 정확했다. 어천와에게 더블팀이 가면 박혜진과 임영희가 직접 해결했다.
박혜진과 임영희의 개인능력이 좋다. 슈팅과 패스능력을 동시에 갖췄다. 두 사람은 스크린 후 자신에게 더블팀이 오면 어천와나 김정은 등 다른 국내선수들을 잘 활용했다. 그렇게 손쉽게 팀 오펜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우리은행 특유의 2대2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임영희는 26일 KEB하나은행전 직후 "감독님이 2대2 금지령을 내리셨다. 최대한 하지 말고 좀 더 다양한 공격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일단 외국선수 크리스탈 토마스의 테크닉, 이해력이 어천와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토마스는 196cm의 장신. 그러나 특출한 공격 기술이 돋보이지 않는다. 발도 느리다. 사실상 2대2에 대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다.
위성우 감독은 "2대2가 잘 되면 모르겠는데 올 시즌 국내선수들과 토마스는 그렇지 않다. 상대에 눈에 보이는 공격만 하면 안 된다. 2대2만 고집하면 오히려 단순해진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공격을 해야 효과가 높다"라고 말했다. (대신 위 감독은 토마스에게 림 프로텍트 능력과 리바운드 응집력을 장착시켜 장신이 부족한 팀 단점을 철저히 메운다)
때문에 우리은행 공격은 3광(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에 집중된다. 사실상 외국선수의 능력을 거의 활용할 수 없으니 공격이 뻑뻑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야투율이 저조한 경기를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29일 KB전이 대표적이었다. 졸전 끝 46득점에 그쳤다.
그래도 시즌을 치르면서 대표팀을 다녀온 3광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올라온다. 외국선수와의 2대2 옵션 없이도 효과적인 팀 오펜스를 이행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삼성생명, KB에 연패한 뒤 위 감독은 기계적인 2대2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임영희는 "토마스가 슛이 없어서 상대 센터가 우리에게(3광) 헬프를 들어온다. 발도 느려서 잘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예전만큼 공격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라면서 "2대2 금지령을 내리셨는데,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굳이 만들어서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은행 농구를 보면 볼이 없는 위크사이드에서 활발한 스크린이 이뤄진다. 볼 없는 지역에서 스크린으로 수비수의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밸런스를 무너뜨린다. 수비밸런스 균열은 곧 공격에서의 오픈 찬스 창출 가능성이 커지는 걸 의미한다. 임영희와 박혜진, 김정은이 적절히 밸런스를 잡으면서 서로 돕고, 해결한다. 박다정과 김소니아까지 적절히 활용한다.
임영희는 "좀 더 공간을 넓혀서 한다. 정은이나 혜진이도 공격력이 있는 선수들이니 1대1를 한 뒤 상대 헬프가 오면 박다정이나 김소니아에게 내주고, 파생되는 공격도 한다. 2대2를 하지 않아도 스크린을 많이 하면서 찬스를 만든다. 볼을 갖지 않은 사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전은 워낙 슛 감각이 좋았다. 반대로 KB전의 경우 야투감각이 뚝 떨어지면서 완성도가 떨어졌다. 임영희는 무득점에 그쳤다. 그는 "공격이라는 게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답답해 보인다. 잘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2대2를 아예 하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실전을 통해 계속 점검하고, 조정한다. 다만, 리스크도 안고 있다. 임영희는 40대를 앞둔 베테랑이다. 예년보다 기복이 있다. 위 감독은 "박혜진도 발목이 조금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역시 잔부상이 없을 리 없다. 이런 부분들은 명확한 불안요소.
그래도 토마스와 국내선수들의 2대2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서 국내선수 중심으로 다양한 루트를 찾아가고 있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위 감독은 "앞으로 2대2를 계속 하지 않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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