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황태자' 황인범, 낯선 위치에서 방황했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는 황인범(대전)이 낯선 포지션에서 방황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나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사우디와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경기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였다.

벤투 감독은 ‘깜짝 전술’을 사용했다. 기존의 4-2-3-1 대신 스리백 바탕의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왼쪽 풀백 김진수와 홍철의 경미한 부상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변칙적인 스리백은 한국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특히 중앙이 아닌 측면에 배치된 황인범은 자신의 장점을 하나도 발휘하지 못했다.

황인범은 그동안 벤투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중앙에서 활동 범위를 가져갔다. 측면에서도 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운데에 있을 때 더 빛이 나는 선수다. 괜히 기성용(뉴캐슬)의 후계자로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날 변칙 스리백에서 황인범은 수비시에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됐다. 공을 소유했을 때 중앙으로 들어와 빌드업에 관여했지만, 주로 측면에 포진하면서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황인범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벤투 감독 스스로 황인범에게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이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황인범이 잘하던 포지션 대신 낯선 위치를 맡긴 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앞서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무모한 트릭(속임수)가 독이 된다는 걸 우리는 확인했다. 대회가 코앞인 지금, 우리가 잘 하는 걸 해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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