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00년 8월 10일 토요일 아침, 해군 대위 미하일(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러시아 해군 북부함대의 자존심인 핵잠수함 쿠르스크에 승선한다. 출항 직후 예기치 않은 폭발 사고로 잠수함이 침몰하고, 두 번째 폭발로 선체에 큰 구멍이 뚫린다.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들은 타냐(레아 세이두)는 미하일의 생사를 확인하려 하지만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다. 러시아 정부는 영군 해군 준장 데이빗(콜린 퍼스)의 구조 지원도 마다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려 보낸다.
영화 ‘쿠르스크’는 기품과 위엄을 갖춘 가슴 먹먹한 애도의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생존자 구조에 소홀했던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을 살려내기 위해 애썼던 모든 사람들의 휴머니즘에 경의를 표한다. 무엇보다 23명의 생존자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지켜낸 존엄에 머리를 숙인다. 뭉클한 가족애, 뜨거운 인류애, 그리고 강렬한 형제애가 북해의 차가운 바다를 데우고,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영화의 초반부는 동료 해군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정부 지원이 끊겨 돈이 없었던 미하일과 대원들은 소중한 해군 시계를 맡기고 보드카로 축제의 분위기를 띄운다.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결혼식은 ‘디어 헌터’를 연상시킨다. 한바탕 즐거운 결혼식과 피로연을 끝낸 친구들이 베트남 전쟁에서 지옥을 경험했듯, ‘쿠르스크’의 승무원들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빠져 들어간다. 제한된 시간에 갇혀버린 승무원들이 어떻게 동료애를 발휘하며 구조를 기다리는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희생자를 기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미하일을 비롯한 23명의 해군이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리고 구조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현실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생존하려는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그는 넓게 펼치던 화면을 어느 시점 이후부터 1.66대 1로 좁혀 갈수록 압박감을 심하게 받는 승무원들의 절박한 심리를 표현해냈다.
영화는 미하일의 아들 미샤(아르테미 스피리도노브)의 시선으로 처음과 끝을 닫는다. 자국 해군을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정부를 향한 분노와 사랑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간절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극중 다섯 살로 설정된 미샤는 지금쯤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자라 아버지를 마음에 품고 있겠지.
그가 ‘쿠르스크’를 본다면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사진 제공 = 조이앤시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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