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당신 잘 살았다", "나쁘지 않았다", "아름다운 삶이었다".
배우 우미화는 현재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무대에 서며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연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도 위로를 받고 있고, 자신의 삶도 다시 돌아보고 있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펼치는 대화를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하는 작품이다. 극 중 우미화는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 역을 맡았다.
벌써 5년째 공연 중인 작품에 새로운 출연자로 합류하게 된 우미화는 "부담을 갖진 않았다. 연출의 구성 안에서 채워 나가는 것들에 있어 새로운 페어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운을 뗐다.
우미화는 5년 전 처음 작품을 접했다. 중년 남녀의 상황,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성도 보였지만 개인의 삶에 더 집중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렇게 연옥의 삶을 풀어 나갔다.
"개인으로 시작했는데 관계를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옥과 정민은 친구이자 형제이자 연인이자 천적으로 표현돼요. 부부는 일단 아닌데 그 사이에 딸이 있고요.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더 미묘한 여러 가지 내용이 담기는 것 같아요."
물론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가족의 형태가 아닌 남녀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미화는 구조적인 관계보다 그 안으로 들어가 개인의 삶과 정서를 바라봤다. 그러니 연옥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우미화는 "연옥이라는 인물이 쉽게 딱 보이는 것으로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해낸 인물이다. 더 나은 삶, 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갖고 살아보려고 앞을 보고 달렸던 친구"라며 "늘 그게 최고는 아니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 앞만 보고 살던 연옥이 자신의 20대, 30대의 삶을 돌아보니 관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거예요. 본인은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순간순간들을 나중에 발견하는 거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진 않지만 연옥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그 관계성을 많이 정리하고 가지 않을까요? 어떤 선택들에 있어 방향성을 찾고요. 그러다 보니 더 외로워졌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재정립하는 연옥에게 크게 공감했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개인의 삶을 재정립하는 순간들을 때때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우미화의 경우 6~7년 전, 배우로서의 삶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있었다. '과연 내가 배우로 계속 살 수 있는가', '나는 배우의 자격이 있는가', '나는 과연 배우인가' 고민하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때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됐다.
그는 "사실 배우는 수동적이다. 기회가 주어져야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라며 "그런 기다림에서 지치는 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계속 기다리는 게 맞나? 아닌가?' 고민의 지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그때 도보 여행을 갔어요. 한 달 넘게 산티아고를 걸었죠. 그러다 보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되게 부질없고 쓸데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것을 고민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냥 버려졌어요. 부질없는 질문을 했고, 그 물음에 부질없는 고민들을 하고 있었구나. 딱히 해답을 찾은 게 아니라 그냥 내 몸에 쌓였던 많은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비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연옥의 상황에 공감을 느끼면서 연옥이라는 인물에도 한층 가까워졌다. "내가 연옥이라기보다 오히려 우미화라는 사람이 연옥이라는 인물을 바라볼 때 연민이 많이 갔다"고 털어놨다.
우미화는 "앞만 보고 열심히 살려고 했던 연옥이한테 연민이 가고 이해가 됐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힘들었고 외로웠고 어떤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했던 연옥이에게 연민이 가더라"며 "근데 작품 속에서 결국 자신을 자신의 길로 받아들이는 게 연옥스럽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결국 자기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연옥스럽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다 비슷해요. 저도 그렇고 사람들 앞에서 아닌 척하고 그래도 사실 돌아서서 소심 해지는 게 인간이죠. 연옥이는 그게 제일 극대화된 삶을 살았고요. 작품 속에서도 그런 얘기를 해요. '다들 그렇게 산다'고. 아닌 척하며 사는데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거라고. 원래 자기 모습보다 좋아지는 거라고 자기변명을 하는 거죠. 하지만 스스로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선택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서 더 연옥의 내면에 연민이 많이 가고 공감이 돼요."
우미화는 자신이 그랬듯 관객들도 연옥에게서 공감대를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길 바란다. 또 그 안에서 위로받기를 원한다.
그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다양한 분들이 함께 볼 수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라며 "어떤 아픔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연민하고 위로받는 모습에 공감이 갈 것"이라고 털어놨다.
"연옥이라는 인물이 밖에서 봤을 때 연민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어쨌든 그 속에 아픔이 있는 거죠. 하지만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그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연옥에게 '당신 잘 살았다', '아름다운 삶이었다'라고 위로해주고 싶어요. 또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고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공연시간 100분. 오는 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그린씨어터.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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