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라이브] '철인' 손흥민, '3일' 출격의 비밀

[마이데일리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안경남 기자] 중국전 선발 명단에 공개되자, 취재진 사이에선 일제히 탄성이 쏟아졌다. 선발보다 벤치에 무게가 실렸던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때까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조 1위를 위해 손흥민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한국은 16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 김민재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9점으로 중국(승점6)을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선발로 나온 손흥민은 무려 88분을 소화했다. 사실상 풀타임이다. 불과 3일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8-19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에서도 풀타임을 뛴 손흥민이다. 그런데 런던에서 아랍에미리트 이동 후 이틀 쉬고 3일 만에 다시 경기를 뛰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게 지금 박싱데이다”고 웃으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16강전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회복에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익숙한 손흥민이지만, 그것이 대표팀에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이미 지난 해 12월 박싱데이부터 엄청난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어떻게 3일 만에 중국전을 88분이나 뛸 수 있었을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경기에 뛸 컨디션이었다. 그래서 경기 전날 밤에 그를 선발로 뛰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이 말하는 손흥민의 경기 컨디션은 대표팀 의료팀의 근육 점검을 통해 확인됐다. 14일 합류한 손흥민은 곧장 몸 상태를 체크했고, 특히 허벅지 근육을 점검했다. 그 결과 경기에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사실 경기 전에 근육 상태를 체크하면, 선수가 얼마나 뛸 수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손흥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손흥민이 만약 중국전에 뛰지 않으면 16강전까지 최대 5일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이럴 경우 실전 감각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벤투 감독은 차라리 손흥민을 뛰게 하면서 리듬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손흥민 본인의 의지도 강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뛰는 건 영광이다. 꿈 같은 일이다. 누구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건 아니다. 특별하다.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뛰었다”고 밝혔다.

이제 손흥민에겐 5일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22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16강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손흥민은 “중국전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결승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