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안경남 기자] ‘캡틴’ 손흥민의 부진은 아시안컵 탈락으로 이어졌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대표팀 합류 후 3일 만에 치른 중국전 88분이 독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 충격패를 당했다. 이로써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의 여정은 ‘아부다비 참사’로 막을 내렸다.
손흥민도 고개를 숙였다. 카타르전 패배가 확정되자 손흥민은 한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방송사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은 무기력했다. 바레인과 16강전이 끝난 뒤 “경기력이 불만족스럽다”며 반전을 다짐했던 손흥민은 여전히 무거운 몸놀림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 소속팀 토트넘에서 보여준 활약을 생각하면 실망이 더하다. 손흥민은 지난 해 12월부터 엄청난 골 폭풍을 몰아쳤다. 첼시전에는 50m 슈퍼골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선정 파워랭킹에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1위에 올랐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손흥민의 아시안컵 합류는 놀라운 이슈였다. 그가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경쟁국들이 주목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중국전에 2골을 만드는데 기여했지만, 모두가 원했던 시원한 득점포는 가동되지 않았다.
체력이 문제였다. 지난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를 치르고 곧바로 두바이로 이동한 손흥민은 합류 3일 만에 중국전에 전격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무려 88분을 뛰었다. 사실상 풀타임이다.
사실 놀라운 결정이었다. 중국을 이겨야만 8강에서 이란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손흥민을 선발로 쓸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취채진도 손흥민의 선발 소식을 듣고 놀랐다.
게다가 손흥민은 88분이나 뛰었다. 이미 일찌감치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도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빼지 않았다. 손흥민이 원했거나, 아니면 벤투가 손흥민이 뛰길 원했을지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손흥민이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전이 끝난 뒤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의 선발 출전에 대해 “손흥민의 근육 상태를 점검한 결과 경기를 뛰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중국전을 뛰지 않으면 16강까지 너무 오래쉬어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미 체력적으로 고갈된 상태였다. 카타르전 패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이런 이야기를 꺼려하는데 대표팀에 와서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 잠도 잘 못잤다. 자려고 해도 잘 안 됐다. 체력 문제가 겹치다보니 경기를 너무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처럼, 체력적으로 지친 손흥민을 중국전에 88분이나 뛰게 한 건 무리수였다. 선발을 하더라도, 골이 터진 뒤 일찍 교체를 하든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면 체력 부담이 훨씬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88분을 뛰었고, 결국 이 선택은 독이 됐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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