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안경남 기자] 아시안컵 직전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을 ‘한국의 메시’로 소개했던 베트남 언론의 표현은 결과적으로 적절한 비유가 됐다. 아시아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손흥민은 또 한 번 아시아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마치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리오넬 메시처럼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 충격패를 당했다. 이로써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의 여정은 ‘아부다비 참사’로 막을 내렸다.
손흥민이 메시라는게 아니다. 소속팀과 다른 대표팀에서의 잇따른 좌절이 닮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둘의 실패는, 축구가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걸 말해주기도 한다.
자타공인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 스타 플레이어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 중 몸 값도 가장 높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손흥민의 시장가치는 5,000만 유로(약 643억원)으로 추정된다. 2위인 이란 공격수 알리레자 자한바크슈(브라이튼, 약 232억원)과는 4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의 경기력을 실망스러웠다. 토트넘에서 첼시를 상대로 50m를 질주하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중국전에서 사실상 2골을 만들었지만, 이후 토너먼트에선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고전했다.
체력 저하 등 복잡적인 원인이 손흥민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미 토트넘에서 지난 해 12월 크리스마스 박싱데이부터 죽음의 일정을 소화한 뒤였다. 그리고 대표팀 합류 3일 만에 중국전에 선발 출전해 88분을 뛰었다. 아무리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손흥민도 방전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손흥민은 카타르전 패배로 아시안컵에서 씁쓸하게 퇴장했다. 4년 전 호주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당시보다 더 허무한 탈락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스로를 탓했다. 그는 “여기 와서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았다. 좀 더 준비를 잘 했어야 했다”면서 아시안컵 준비가 소홀했다고 인정했다.
이후 손흥민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열심히 뛰고, 대표팀에서는 대충 뛰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화가 난 여론은 희생양이 필요했고 ‘캡틴’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도 비난을 피하진 못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걸 이룬 메시는 아르헨티나에서 아직까지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이 없다. 코파 아메리카에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고, 월드컵에서도 2014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계속되는 메시의 부진에 성난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그 비난의 화살은 메시의 가족에게까지 향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메시는 분노했고,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하겠다는 폭발 선언을 했다.
하지만 메시 없는 아르헨티나는 더 최악이었다. 뒤늦게 자신들의 잘못을 알아챈 팬들은 메시에게 편지를 섰다. 또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 메시의 은퇴를 만류하기도 했다. 결국 메시는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돌아왔다.
최고의 선수가 있다고, 최고의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천하의 메시도 아르헨티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진 못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모든 걸 의존해선 안 된다. 축구는 11명의 스포츠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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