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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지라시’는 2015년 어휘에 선정됐을 정도로 한국사회의 오래된 병폐로 지목됐다. 거짓소문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은밀한 관음증이 더해져 대중의 윤리의식을 마비시키며 급속도로 전파된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 속에 유명인들은 황당한 불륜설의 주인공이 되고, 느닷없이 사망하는가하면 성관계 동영상의 피해자로 둔갑한다.
최고의 PD 나영석과 핫한 스타 정유미의 불륜설은 모든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끌 수 있는 화제성 높은 지사리다. “세상에, 이럴수가”라는 탄식부터 “그럴줄 알았어”라는 냉소가 순식간에 불붙는다. 카톡의 전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누군가 오전에 친구에게 보냈다면, 오후에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알만한 속도로 퍼진다.
경찰이 밝힌 나영석, 정유미 불륜설 작성과 유포는 이토록 한심한 거짓말이 어떻게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12일 경찰이 밝힌 유포 경로를 살펴보면, 지라시는 두 가지 버전으로 세상에 나왔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프리랜서 A작가와 IT업체 회사원 B씨가 진원지였다. A작가는 방송작가들에게 주워들은 풍문을 대화 형식의 불륜설로 그럴듯하게 꾸며 친구들에게 뿌렸다. B씨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재가공해 동료들에게 알렸다. 이것이 기자들이 모인 메신저 오픈 채팅방까지 흘러 들었다. 두 번째 버전의 작성자는 방송작가 C씨로 드러났다. 그 역시 방송계에서 전해들은 루머를 동료 작가들에게 전송했다.
지라시 유포엔 관음증 못지 않게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도 작용한다. 그들의 부정적인 면을 거짓 소문으로 확산시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손쉽게 전파되는 IT 환경은 가짜 정보 생산과 유통에 멍석을 깔아줬다. ‘누가 작성하고 유포했는지 어떻게 알겠어’라는 마비된 윤리의식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지라시 작성자들은 자신들이 경찰에 붙잡힐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경찰에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9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지라시를 작성하고 유포하는 순간, 당신은 기소될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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