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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운이 따라서 나온 덩크슛이었다. 사실 들어간 줄도 몰랐다.”
남자대표팀이 장신라인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가운데, 김종규(LG)는 인유어페이스로 존재감을 심어줬다. 남자대표팀의 역대 A매치를 통틀어 나온 ‘역대급 덩크슛’이라 하기에 충분한 덩크슛이었다. 개인으로서도 탄력, 건강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 장면이기도 했다.
김종규는 최근 열린 2019 FIBA 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 출전, 대표팀이 시리아와 레바논을 꺾는데 기여했다. 일찌감치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던 대표팀은 최종전적 10승 2패로 예선을 마쳤다.
김종규는 “월드컵 출전권은 이미 따놓은 상태였지만, 김상식 감독님이 ‘기세를 (월드컵까지)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셨다. 열심히 뛰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라고 A매치를 돌아봤다.
김종규는 지난달 25일 레바논전에서 호쾌한 덩크슛도 터뜨렸다. 대표팀이 11-18로 뒤진 1쿼터 막판 아터 마족을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를 성공시킨 것. 김종규는 이어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초반 분위기싸움에서 밀렸던 대표팀은 김종규의 덩크슛을 기점으로 흐름을 빼앗았고, 기세를 몰아 84-72 역전승을 따냈다.
김종규는 “운이 따라서 나온 덩크슛이었다. 드리블 할 때부터 ‘블록 당하든, 성공하든 둘 중 하나’라고 마음먹었다. 최대한 높이 뜨려 했는데 사실 들어간 줄도, 앤드원인 줄도 몰랐다. 백코트 하려는데 모든 선수들이 서있어서 그때 반칙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정현이 형이 ‘(바스켓)카운트야’라고 말씀해주셔서 알았다”라며 인유어페이스를 회상했다.
김종규는 이어 “기분은 당연히 좋았다. 지인들에게 연락도 많이 와있더라. 나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는데 ‘이 정도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마족은 210cm에 달하는 장신인 데다 윙스팬도 길다. 김종규 역시 신장(207cm)에 탄력을 두루 갖춘 빅맨이지만, 마족을 앞에 두고 덩크슛을 시도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힘이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확실히 높이는 가늠이 안 될 정도의 상대였다. ‘팔이 이렇게 길었나?’ 싶었다.” 김종규의 말이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지만, 김종규가 덩크슛을 시도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마족은 1쿼터 초반 박찬희(전자랜드)의 반칙을 얻어낸 후 과도한 몸 동작을 했다. 곧바로 사과했지만, 자칫 신경전으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또한 대표팀은 1쿼터 중반까지 레바논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해 끌려 다녔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던 셈이다.
김종규는 “마족이 (박)찬희 형에게 사과했지만, 과격한 행동이었다. 기분이 안 좋았고, 적지에서 기세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로선 승부를 건 덩크슛이었다”라고 말했다.
분위기 전환 외적인 면에서도 노림수가 있었다. 김종규는 1쿼터 초반 마족에게 블록을 당했던 터. 이때 마족이 지닌 높이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고, 레이업슛을 시도하면 다시 블록을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레이업슛이었다면, 아마 또 (블록을)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종규의 말이다.
김선형(SK)도 A매치에서 상대의 블록을 예측, 과감한 덩크슛을 성공시킨 바 있다. 김선형은 지난 2013년 열린 중국과의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속공을 전개했고, 이를 덩크슛으로 마무리했다. 전 NBA리거 이젠리엔의 추격을 뿌리치며 성공시켜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덩크슛이었다.
“한 템포 빨리 덩크슛을 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시도했다. 나도 ‘레이업슛이면 무조건 블록 당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시도했던 덩크슛”이라고 회상한 김선형은 “나는 상대가 뒤따라오는 상황이었지만, (김)종규는 앞에 높은 선수가 버티고 있었다. 부담됐을 텐데 과감히 올라가더라. 마족이 예상 못했던 것 같고, 덕분에 상대가 기죽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김종규는 치열한 중위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KBL로 돌아왔다. 소속팀 LG는 지난달 28일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서 서울 삼성을 꺾고 단독 3위를 유지했다. LG는 2014-2015시즌 이후 4시즌만의 플레이오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7위 원주 DB와의 승차는 3.5경기까지 벌어졌다.
다만, 아직 8경기가 남아있다. 김종규는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위태위태하다. 6라운드를 잘 마쳐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도록 노력할 것이다. 6라운드 초반 2경기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종규. 사진 = 마이데일리DB, 대한민국농구협회]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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