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의 품격' 이수련 "신은경과 코믹 케미? 저희는 진지했어요"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살인 교사, 고문 등 극악무도한 악행을 주도하는 악인이나 어딘지 모르게, 귀여웠다. 배우 이수련(38)은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대선배 신은경 곁에 밀착해 결코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극중 여러 번 밀쳐지고 넘어지는 모진 대우에도, 변치 않는 행동대장 최팀장으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소화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이수련은 최팀장보다는 보다 더 유쾌한 기운을 내뿜었다. 신은경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태후 마마를 모시는 최팀장 못지않았다. 이수련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드라마상에서 늘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인지 잘 모르시더라"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부모님은 되게 좋아하셨다. 김순옥 작가님 팬이신데, 전작을 다 찾아보라고 조언도 해주셨다. 또 저희 부모님이라 그런지, 태후마마와 최팀장 편이 되어주셔서 희한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분량이라도 매회 빠짐없이 등장해 소소한 웃음을 안겼던 이수련이다. 그 덕에 그가 지닌 '청와대 1호 여성 경호관 출신'이라는 강력한 수식어 대신 신은경의 발음을 토대로 한 '췌팀장'이라는 재치 있는 별명도 새로 생겼다.

특히 '황후의 품격'은 자극적인 소재와 막장 전개가 주를 이뤘음에도 불구, 신선한 연출과 배우들의 코믹 열연으로 코믹과 스릴러를 오가는 독특한 드라마로 남았는데, 이에 대해 이수련은 "감독님이 따로 웃기게 연기하라고 주문하신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더라.(웃음) 제 캐릭터도 1, 2화를 보면 사실 굉장히 사납고 무서운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최팀장이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은 아니잖아요. 초반에는 절제됐어요. 그런데 태후 마마(신은경)가 시키는 악행들이 정말 극악무도하잖아요. 제가 그 명령 수행에 실패해서 '엉엉' 우는데 어딘가 허당처럼 보이더라고요. 그 때부터 뭔가 '덤앤더머'로 간 거 같아요. 감독님은 늘 냉철하게 주문을 하셨죠.(웃음) 하지만 저랑 신은경 선배님 모두 장난기가 정말 많아요. 코믹하다고 꼽히는 봉사씬도 다 신은경 선배님 아이디어에요. 고무장갑도 직접 준비해오셨어요. 물론, 저희는 나름대로 캐릭터에 진지하게 몰입해서 연기했는데 그게 시청자 분들이 보기엔 웃기셨나 봐요."

신은경과 이수련은 극중에서처럼 현장에서도 늘 붙어있었다. 특히 신은경은 무릎을 꿇어야 하는 장면이 많은 이수련을 위해 직접 무릎 보호대까지 선물했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눈만 마주치면 '너만 보면 웃기다'며 웃음을 터뜨렸단다.

"처음에 대본 리딩 당시 선배님을 뵈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포스가 엄청 났죠. 제가 어렸을 때 작품에서 본 선배님의 역할이 모두 강했잖아요. 그런데 아기 같으세요. 개구지시고요. 언제나 유머를 생각하고 계세요. 촬영하면서 엄청 웃었어요. 촬영 직전에 마구 웃다가 슛 들어가면 막 물건 던지고 그랬죠.(웃음) 그리고 신은경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이잖아요. 표정이 수없이 바뀌시는 게 대단했어요. 제가 무조건 배워야 하는 부분이죠."

다만 작품 내에서 두 사람의 끝은 '배신'으로 끝났다. 몰락한 태후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된 최팀장은 교도소 내의 또 다른 1인자에게 충성했다. 당시 이수련은 나왕식(태항호/최진혁)의 가발을 쓰고 등장해 폭소를 안겼다. 그는 "망가지는 걸 좋아해서 도전했다. 신은경 선배님도 저를 못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어떤 분은 제가 나왕식의 오마주라며 복수를 대신해달라는 우스갯소리도 하셨다"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원래 가발을 쓰는 게 정해진 건 아니었는데 1년 후니까 확 달라지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거침없이 썼죠.(웃음) 결말 자체는 사실 슬퍼요. 천우빈(최진혁)부터 이혁(신성록)황제도 죽고, 오써니(장나라)만 결국 혼자 남잖아요. 태후는 미쳐버려서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죠. 이 상황에서 제가 캐릭터 욕심을 부리자면, 끝까지 태후에게 충성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작가님이 항상 추구하는 권선징악 측면에서는 제가 배신을 해야 맞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또 코믹하게 다뤄주시니까 재미있게 끝난 것 같아요."

[사진 = 이수련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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